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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성매매는 얼마나 줄었나

'우리는 안믿어요' 캠페인 웨비나에서 확인한 아일랜드 사례들

등록 2020.12.30 15:59수정 2020.12.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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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안믿어요(We Don't Buy It)' 캠페인 웨비나
'우리는 안믿어요(We Don't Buy It)' 캠페인 웨비나WeDon'tBuyIt
  
지난 3일, '우리는 그것 사지 않습니다(We don't buy it)' 캠페인(아래 우사 캠페인)이 '코로나19 시기의 성매매(Prostitution Under COVID 19)'라는 제목으로 웨비나를 열었다.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바바라 콘돈(Barbara condon)과 레이첼 모란(Rachel Moran),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성착취 관련 연구 그룹(SERP)'에 참여하는 연구자 루스 브레슬린(Ruth Breslin), 아이리쉬 타임즈의 솔차 폴락(Sorcha Pollak) 등이 참여했다.

'우리는 그것 믿지 않습니다'의 의미도 함께 갖는 이 캠페인은, 올해 3월 4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시작되었다. 성매매를 사지 않고, 성매매와 관련된 근거 없는 말들을 믿지 말자는 의미를 갖고,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성거래(sex trade)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르딕 모델' 선택한 아일랜드, 얼마나 변했나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2017년 이른바 '노르딕 모델'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구매자들과 포주들을 처벌하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 캠페인을 위시한 아일랜드의 여러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이 법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는 팬데믹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 웨비나도 그 일환이었다.

이 캠페인은 아일랜드의 설문조사 회사 레드 씨(Red C)와 함께 관련 설문조사도 하고 있는데, 이번 웨비나에서도 지난 2019년 10월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 결과 몇 가지를 소개했다. 아일랜드에서 성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어떤지를 파악하고, 개정된 법안이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다.
 
 "우리는 안믿어요(We Don't Buy It)" 캠페인의 웨비나에서 루스 브레슬린이 관련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모니터링한 성매매 웹사이트에 하루 올려지는 홍보물 숫자를 그린 그래프로, 락다운 중이던 4월 줄어들었던 숫자가 다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우리는 안믿어요(We Don't Buy It)" 캠페인의 웨비나에서 루스 브레슬린이 관련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모니터링한 성매매 웹사이트에 하루 올려지는 홍보물 숫자를 그린 그래프로, 락다운 중이던 4월 줄어들었던 숫자가 다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SERP
 
결과에 따르면, 6%의 남성은 성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응답자 중 70%는 성을 구매하는 것이 아일랜드에서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응답자의 64%는 성구매자들을 체포하고 기소하기 위한 인력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7%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성구매자들로부터 폭력이나 학대에 자주 노출된다고 생각했으며, 72%는 이 여성들이 성거래에 뛰어들게 되기까지 삶을 지탱하기 위한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70%의 응답자는 성거래로부터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범죄 조직이라고 답했다.


성착취 관련 연구 그룹(SERP) 소속의 연구자 루스는 웨비나에서 코로나19 시기에 성거래 상황이 어땠는지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개시되었다고 했고, 그 목적은 성거래에 연루된 여성들에게 글로벌 팬데믹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방법은 아일랜드의 가장 큰 규모의 성매매 홍보 웹사이트 모니터링하며, 홍보물들의 수와 내용, 구매자들의 리뷰를 주제별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아일랜드의 성거래 대부분은 실내에서 이루어지고, 온라인으로 홍보되고, 특히 독점하고 있는 특정 웹사이트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루스에 따르면, 모니터링한 웹페이지에는 락다운 이전 하루 평균 600~700개 사이의 홍보물들이 올라왔다. 아일랜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이 한창 실시되고 있던 4월 중에는 이것이 하루 평균 300개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봉쇄 완화 이후 그 숫자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루스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수준의 락다운이 실행되고 있을 때도 어째서 하루 300개의 홍보물이 게시되고 있었는가, 왜 여전히 홍보되는 여성들이 그렇게 많았나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위험으로 비접촉을 강조했고, 아일랜드에서는 이동을 제한하는 락다운까지 시행되었던 만큼, 성매매 비즈니스에 직격탄이 되었다. 그에 따라, 관련 웹사이트는 웹캠이나 전화 섹스팅과 같은 서비스로 이루어진 이른바 '비접촉 서비스'를 홍보하는 새로운 섹션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사이트에 있는 여성 절반은 이 같은 비접촉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홍보되었는데, 이 여성들 중 많은 수는 여전히 직접 만남 조건으로 홍보되고 있었다고 루스는 말했다.

루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직접 만남을 갖거나 비접촉 만남을 가졌던 여성들의 숫자를 그래프로 비교해 보여주기도 했는데, 직접 만남을 가진 여성들은 락다운 기간 동안 그 수가 크게 줄었다가 이후 그 숫자가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전 기간을 통틀어 직접 만남을 가진 여성의 숫자는 비접촉 만남을 가졌던 여성들의 숫자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더 많았다.
 
 "우리는 안믿어요(We Don't Buy It)" 캠페인의 웨비나에서 루스 브레슬린이 관련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모니터링한 성매매 웹사이트에서 직접 만남을 했던 여성과 비접촉 만남을 했던 여성들 숫자를 비교한 그래프로, 직접 만남의 경우 락다운 중이던 4월 줄어들었던 숫자가 이후 늘어난 반면, 비접촉 만남은 전기간 훨씬 적은 숫자였던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안믿어요(We Don't Buy It)" 캠페인의 웨비나에서 루스 브레슬린이 관련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모니터링한 성매매 웹사이트에서 직접 만남을 했던 여성과 비접촉 만남을 했던 여성들 숫자를 비교한 그래프로, 직접 만남의 경우 락다운 중이던 4월 줄어들었던 숫자가 이후 늘어난 반면, 비접촉 만남은 전기간 훨씬 적은 숫자였던 것을 보여준다.SERP
 
"(우리는 흔히 성매매에 대해) 독립적인 여성들이 거래를 하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거라는 말을 듣지만, 이 그래프는 이들이 정말 독립적이고 선택이 주어져 있는지 묻게 만든다"고 루스는 말했다.

모든 기간 통틀어 비접촉 만남을 갖은 여성의 수가 이렇게 적다는 것은 그들에게 다른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직접 만남은 이 여성들에게 건강상의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루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팬데믹 와중에 우리 사회의 모든 불균형, 불평등은 이전보다 더 큰 대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취약한 사람들이 어떻게 뒤에 그대로 남겨지는지를 보여주지요. 팬데믹 중에 성매매 여성들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생각하고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계층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잘 보이지 않고, 많은 경우 이주해온 여성들이고 사회에 잘 동화되어있지 못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나,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잘 모르죠.

그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이 여성들은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요. 소외되어 있고요. 덫에 걸리듯 잡혀있기도 하죠. 이 여성들이 일하는 이 비즈니스는 새 얼굴, 새 여성을 찾는 요구 때문에 여성들을 이곳저곳으로 계속해서 이동시키는 구조입니다.

여성들은 일하는 공간에서 먹고 자는 것도 모두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월에 락다운이 왔을 때는 마지막에 옮겨졌던 곳에서 꼼짝 못 하고 지내게 됐는데 여전히 방값이며 뭐며 내야 했던 거죠. 그래서 홈리스가 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구매자를 만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거에요. 요약하자면, 이 여성들은 갇혀있고 소외된 만큼,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성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루스의 발표 이후 웨비나는 토론으로 이어졌는데, 진행자는 루스의 연구에서 다루었던 성매매를 구매하는 남성들의 태도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성매매 여성이 상품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존재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걸 바꿀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스스로가 성매매 여성으로 일한 적이 있고, 현재는 그 생존자로서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가로 일하는 레이첼 모란이 답을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있죠. 먼저 온라인 사창가, 웹사이트들에 대한 것이요. 제가 당장 내일 이런 웹사이트에 불법으로 뭔가를 팔려고 홍보를 한다고 합시다. 무기 같은 걸 파는 거예요. 그 광고물은 즉시 내려지고, 거기에 더해 저는 감옥에 가게 될 겁니다.

저는 알고 싶어요. 이런 웹사이트들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지를요. 분명히 불법인데도 말이죠. 그것도 매일 모든 순간 이루어지고 있어요. 우리는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원하는 것(wants)과 필요한 것(needs)을 구분하는 지적인 수준의 문제에 대한 것을 보더라도 그래요. 이 둘은 분명히 다른 거죠. 제가 당장 내일 은행 지점장에게 백만 유로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없죠. 이게 필요하니 내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할 수 없단 말이에요.

성(sexuality)에 대한 것은 더구나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예요.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의 접근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할 때 말이죠. 거기에는 '비인간화', '인간성 말살'이 있는 거예요. 완전히 정상이 아닌 거죠. 코로나19는 모두를 어렵게 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요. 성매매하는 여성들은 코로나19 시기 동안 전혀 육체적으로 보호받지를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 있죠."


패널들은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전체 남성 중 일부일 뿐이라는 점에서, 성을 구매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이 문제에 기여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남성 패널이기도 했던 숀은 이같이 말했다.

"대부분의 남성은 성매매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그런 남성들이 어떻게 하면 앞에 나서서 '그건 괜찮지 않아. 여성을 이런 방식으로 상품화시키면 안 돼'라고 말할 수 있게 할지를 물어야겠죠. (중략)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부딪히는 거죠. (성매매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을) 우리가 정상으로 봐왔던 것이니까요. '이런 거 하면 안 돼. 그런 일을 하는 여성에게도 좋지 않고, 네 가정에도 좋은 일이 아니야.' 같은 말을 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캠페인의 웨비나는 다음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X9ZpsxON8tU&feature=youtu.be)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안믿어요 #WEDON'TBUYIT #성매매 #레이첼모란 #S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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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진화유전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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