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야구
정무훈
아! 또 홈런이다. 나의 실투로 초등학교 4학년 조카에게 역전 홈런을 맞았다. 어린이팀 선수가 신이 나서 베이스를 돌며 환호한다. 스코어는 13:12. 어른팀이 역전패 당했다. 분하다. 오늘 게임은 나의 실투로 졌다. 경기에서 역전 당한 패전 투수는 저녁 노을을 등지고 서서 무겁게 고개를 떨군다.
초딩 둘, 아저씨 둘... 우리만의 리그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다. 프로야구 중계 방송은 소파에 누워 간식을 옆에 두고 혼자 목소리 높여 보는 게 제맛이다. 야구장에 가서 실제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치맥을 한다면 바랄 것이 없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응원 소리와 함성은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흥분과 짜릿함 그 자체다. 그렇게 눈과 입으로 야구를 하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그라운드를 헥헥 대며 달리는 야구 선수가 되었다.
야구의 시작은 초등학생 아들과 가볍게 주고받는 캐치볼 놀이였다. 그런데 집안에서 아들과 캐치볼을 하다가 다른 가족들의 불만과 성화로 결국 아파트 공터로 나가게 되었다. 아파트 공터에서 하는 캐치볼이 지루해지자 플라스틱 야구 배트와 고무공을 사서 투수와 타자를 번갈아 하며 타격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옆 아파트에 사는 동서와 조카가 상대 팀으로 정해지면서 본격적인 동네 주말 야구 리그가 시작되었다. 초등학생 두 명으로 결성된 아이팀과 사십대 아저씨 두 명으로 구성된 어른팀이 야구 주말 리그를 뜨겁게 달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