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너무 맛있으니까 빨리 먹어보라고 하시는 어르신의 다정함이 고마웠다.
고수미
그 이후에 어르신은 은사님 험담을 조금 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들은 얘기는 못 들은 걸로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이후에 봉사 단체에서의 일들도 들었다. 시장상과 도지사상 등을 휩쓸 정도로 한때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많이 돕고 사신다고 했다. 하지만 어르신을 챙겨주는 이웃은 없다는 얘기를 하고 또 하는데,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이제는 삶의 낙이 없어. 봉사하려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늙은이를 반겨주는 곳도 별로 없어서 갈 데도 없어. 이것 봐 파마도 염색도 안 했잖아. 이제는 관심도 없네. 아들이 자꾸 오라고 해서 아들 집 옆으로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았는데 혹시 주변에 집 사겠다는 사람 좀 알아봐 줘요."
얼마간 아무 말씀을 못하시다가 이러신다.
"진짜 이사 가기 싫어. 여기서 그냥 살고 싶은데 낙이 없고 외로워. 선생님도 가기 싫어하는데 아들 말을 잘 들어. 바쁜데 내 얘기가 길었네."
사모님은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하시고 일어섰다.
문밖에 함께 나가 배웅을 해드렸다.
어르신의 말들이, 살아온 인생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치 골목 공간에 가득한 것처럼 처연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부디 후회와 절망 가운데 미래를 맞이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살아온 세월들이 정말 아름다웠다는 것을, 또한 다가올 미래도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시길 기도해본다. 그건 아마도 같은 길을 밟을 나에게 하는 말일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