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방문에서 조기 석방이라는 결과물을 도출 못 했지만 선박과 선원에 대한 이란 정부의 조치가 조속히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14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등 대표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의 억류해제를 위해 이란으로 떠났지만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 양국의 시각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당연했는지 모른다. 한국 대표단에게는 억류된 선박과 선원들의 조기 석방이 급했지만, 거꾸로 이란은 한국에 억류된 자신들의 돈을 되찾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현지 도착 후 외무부 차관, 장관, 법무부차관 등 정부의 고위관리로부터 최고지도자 외교고문, 의회 관계자, 학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조기석방을 부탁했지만 모두 '동결자산의 해제가 중요하며, 선박 억류는 사법적 문제'라며 딴청을 피웠다.
이란 측이 억류 선박을 사법 절차로 넘김으로써 일단 이번 사태는 장기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럼 앞으로 한국은 사태해결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동문제 전문가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한국중동학회 회장)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유 교수는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이란측의 기획된 작전"이라며 "한국과 이란 관계, 미국과 이란 관계, 이란 내부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얽혀있기 때문에 해결까지는 열흘, 두 달,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관련기사:
"이란 유조선 나포는 기획된 작전, 해결 장기화 우려")
"4년 6개월만의 고위급 방문... 평소 좀 더 신경썼어도"
- 이란에 갔던 우리 대표단이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대표단의 현지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사태 자체가 애초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예견된 결과다."
- 대표단이 상당한 다양한 인사들과 만난 것 같다.
"다각적으로 접촉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절실함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다양하게 만났던 것 같다."
- 가는 데 마다 '동결자금'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면 이란은 그 돈이 정말 절실한가 보다.
"물론이다. 지금 이란은 원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재난지원금을 지출하고 있고 미국 제재 때문에 원유 수출도 한계에 부딪쳐 있다."
- 어쨌든 이란은 이번 문제를 사법절차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그럼 이전 전망처럼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지난 2013년도 인도 유조선이 이번 한국케미호처럼 환경오염을 이유로 나포됐을 땐 풀려나는 데 23일 걸렸고, 재작년 영국 유조선은 두 달도 더 걸렸다. 어쨌든 이란 입장에선 쉽게 풀어주지 않을테고, 협상 진행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석방의 명분을 줘야 한다. 사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부분에서 가석방 형식으로 나오게 하는 게 가장 현실적 대안이 아닌가 싶다."
- 가령 어떤 명분이 있을까.
"동결자금 해제에 대한 확실한 보증을 해주는게 가장 좋겠지만, 미국 제재 때문에 그게 당장 어려울테니 경제 협력 등 미래 관계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는 건 어떨까 싶다."
- 이번 사태를 보고 아쉬운 게 있다면.
"한국 정부의 고위인사가 이란에 간 것은 이번이 4년 6개월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현 정부로서는 그간 남북문제에 집중했어야 했고 미 트럼프 정부가 워낙 이란을 싫어했기 때문에 접근이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는 걸 감안해도 그간 너무 이란에 대해 소홀했던 것 아닌가 싶다. 일본만 하더라도 수상을 비롯해 많이 갔는데 말이다. 평소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이런 일은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 이란 측 주장이지만 이번에도 이란이 오라고 압박을 가해서 어쩔 수 없이 간 것 같더라. 최 차관도 좀 더 일찍 왔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란 방문 후 카타르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란과 카타르 관계가 나쁘진 않지만 이란이 카타르말을 들을까. 이왕 간 김에 도와달라고 했겠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이란 관계 적극적 중재자 역할 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