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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해고 이유는 '노조 결성'인가 '청소 품질 저하'인가

등록 2021.02.01 17:12수정 2021.02.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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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1층 로미 파업 농성장 지난해 11월 해고된 청소노동자들 중 30여 명이 48일째 파업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LG트윈타워 1층 로미 파업 농성장 지난해 11월 해고된 청소노동자들 중 30여 명이 48일째 파업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 고나린

  
2020년 12월 16일부터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30여 명이 1층 로비에서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LG의 용역업체 S&I코퍼레이션(아래 S&I), S&I의 용역업체 지수INC가 고용한 이중하청 노동자다.

지난해 11월 30일, S&I는 청소 품질 저하와 정년이 다했다는 이유로 80명의 청소노동자를 전원 해고했다. 노동자 측은 해고의 이유가 청소 품질 저하가 아닌 노동조합 설립 및 가입이라고 주장하며 1일 현재 48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노조라면 무조건 응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기에 노사 측 입장을 모두 들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약 한 달 전 뉴스에서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는 외면했다. 부정적인 여론 및 댓글들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며 부당해고가 아닌 단순 계약만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측은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의 음식물 반입을 전면금지할 뿐 아니라 전기까지 차단했다. 초코파이 하나라도 안으로 건네려는 시민과 용역업체 사이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이 회전문에 끼어 부상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단결권과 단체 행동권은 법으로 보장되는 권리임에도 그 우위에 있는 인권까지 침해하는 것은 무언가 이상했다.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몇 가지는 수긍했지만, 몇 가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왜 파업하고 있는지, 왜 계약만료가 아니라 부당해고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로 다짐했다.

1일 오전, 청소노동자들이 파업 농성 중인 LG트윈타워 1층 로비로 향했다. 맙소사, 경호원들이 날 막았다. 식당과 상가가 있어 평소 시민들이 드나들던 건물임에도 노조로 인해 직원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를 동문에서 서문으로 보냈고, 서문에서는 또 다른 경호원들에게 보내졌다.

유플러스 대리점에 방문한다고 말하자 그들은 겨우 나를 들여보내 줬다. 그러나 이후에도 내 동선을 계속 주시했다. 도망치듯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자 농성자 한 분이 계셨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함께 농성장으로 갔다. 내 생애 이만큼 떨렸던 일은 없었다.
  
농성자들은 LG트윈타워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청소 노동자들이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하는 게 관습이었으며, 토요일엔 무임금 노동을 했다. 평일에 휴게시간을 1시간 30분씩 주길래 좋은 회사라고 칭찬했던 일은 알고 보니 시간을 꺾어 휴일 무임금 노동을 시키기 위함이었다. 할당량이 30분 정도 일찍 끝나 휴게실을 찾으면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갑질과 욕설에 시달리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설립했다. 토요일 노동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1월, 80명이 전원 해고됐다. 청소 품질 저하와 65세 정년이 됐다는 이유였다. 청소가 깨끗하지 않았다면 왜 이들은 10년 동안 쭉 고용되었을까?

"저희는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피켓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은 LG 직원들이 로비로 나오는 점심시간에 맞춰 매일 피켓을 들고 소리내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피켓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은 LG 직원들이 로비로 나오는 점심시간에 맞춰 매일 피켓을 들고 소리내고 있다. ⓒ 고나린

  
뉴스를 보며 생겼던 의문점들을 질문했고, 다음은 나의 질문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답변이다. 농성은 앉아서만 진행되지 않았고, 수시로 조장 회의 및 내부 워크숍이 열리기에 한 명이 앉아서 끝까지 답변해주기는 어려웠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LG트윈타워에서 청소노동자로 7년을 근무한 A씨, 10년을 근무한 B씨, 12년을 근무한 C씨였으며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 정년이 되면 계약 연장이 안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청소노동자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죠. 이처럼 건강하다면 한 사람이 길게 하는 것이 다반입니다. 또한 정년이 지나도 70세 이상까지 일하는 것으로 고용주와 몇 차례 약속했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는 LG의 용역업체 S&I, S&I의 용역업체 지수INC가 다시 한번 고용한 이중하청 노동자라고 들었습니다. 왜 지수INC가 아닌 LG에 대한 농성을 하나요?
"S&I와 지수INC에게도 이미 말을 해봤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중입니다. 지수INC의 지분 50%는 LG 구광모 회장 나머지는 그의 고모입니다. 지수INC는 LG의 가족회사이기에 이곳에서 농성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1월 8일, LG는 '지수INC'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지수INC는 구자경 회장의 자녀이자 구광모 LG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구미정씨가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있다.
   
- 해고 시 위로금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위로금을 받고 나간 노조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위로금을 받지 않고 농성 중입니다."

- 해고 조건으로 다른 직장으로 전환배치를 해준다고 하던데요. 왜 다른 곳으로 가지 않으시나요?
"그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노조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노조가 와해됩니다. 둘째, 이미 노조 결성으로 미운털 박힌 저희인데, 자회사들로 배치되면 해고는 또다시 시간문제입니다."

이들은 현재 48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법으로 보장되는 노동 삼권중 '단체교섭권'은 아직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들은 앞으로도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노조 결성 한 달 만에 80명의 청소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70세 이상까지 일하는 줄로만 알았던 이들이다. 해고의 이유를 노조 결성이라고 단정 짓지 않겠다. 그러나 정년이 다 됐고, 청소의 품질이 좋지 않았기에 이들이 해고된 것이라고도 단정 짓지 않겠다.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파업 #농성 #LG트윈타워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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