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를 한참 고아 육수를 내고 국수와 수제비, 밥을 넣어 고추장과 갖은양념으로 간을 한다. 깻잎이나 쑥갓 등으로 향을 더하면 완성이다.
<무한정보> 김두레
어죽은 민물고기로 육수를 먼저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붕어를 3~5시간 넘게 뼈와 살이 으스러질 때까지 푹 고아 체로 걸러 육수를 만든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육수에 양을 맞춰 끓이는데, 간은 고추장으로, 매운맛은 고춧가루로 한다.
제일 늦게 퍼지는 국수를 가장 먼저 육수에 넣고, 수제비도 뚝뚝 떼어 넣으면 밀가루 성분이 비린 맛을 잡아준다. 밥을 으깨 풀고, 민물새우와 갖은 양념을 넣어 끓이다 깻잎이나 쑥갓, 냉이 등으로 향을 더해 잘 어우러질 때까지 끓이면 완성이다.
원래는 밥 대신 쌀을 넣었지만 조리시간이 길어져 대부분 식당에서는 밥을 미리 지어 넣는다. 예당 주변 식당 곳곳이 짠지를 반찬으로 내주는 것도 특징이다. 아삭아삭하고 깔끔해 어죽과 잘 어울린다.
"예당저수지 주변 어죽집은 주로 붕어로만 육수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른데선 메기나 피라미 등 잡고기를 섞어서 쑨다고 하데요. 쌀을 넣지 않고 국수만 끓여 어탕국수나 생선국수라고 부르고요."
호반식당 김정수 사장 가족이 예당만의 어죽에 대해 설명하더니, "옛날에는 민물새우가 예당에서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하루에 15kg, 많이 나오면 30kg도 잡고 그랬지요. 3~4년 전부터는 한 바가지 나오려나. 예전처럼 잡는 건 꿈도 못 꿔요. 요즘은 또 배스니 블루길이니 외래종이 퍼지면서 붕어 잡히는 양도 줄었어요"라며 토종 민물고기가 줄고 있다는 걱정어린 목소리를 전한다.
1981년부터 40년째 어죽 맛을 이어오는 예당가든 새내기 대표 권예람(28)씨도 "타지역 어죽은 흙내가 많이 나더라고요. 그곳에서 오신 손님이 예당저수지에서 먹는 어죽이 냄새도 안 나고 가장 맛있다고 해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어죽은 푸짐하게 줘야 한다고 배워 옛날 큰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아 드려요. 주변 식당들도 뚝배기나 대접에 양껏 담는 게 비슷한 거 같아요"라며 예당어죽 자랑에 한창이다.
예당어죽 식당의 공통점. 바로 명절 때마다 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명절에 쉬었다간 단골손님들한테 혼나요. 어죽은 고향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래요. 도시에서 먹으면 이 맛이 아니라나… 하긴, 명절이면 정말 진풍경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주들까지 사위건 며느리건 온 가족이 와서 먹거든요. 꼭 대물림처럼 어죽 맛을 어렸을 때부터 들이는 거지요. 옛날에 저수지 물 방류하면 그 밑에서 투망치고 물고기 잡아 솥단지 걸어놓고 끓여 먹던 어죽 맛이 입에 배어 잊지 못하고 계속 찾는 거 같아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는 걸 보면 어죽은 예산사람들의 소울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가오는 설 명절, 고향의 맛 어죽을 그리워 할 출향인들의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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