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동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건 뭐라고 보세요?
"답답하네요. 이미 당내 경선이 시작되어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보여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사람으로 인물을 교체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결국 너무나 익숙한 기존의 인물들로 경선판을 채워버렸어요. 그래도 흥행몰이를 좀 하려면 오신환 후보 같은 젊은 정치인이 나경원 오세훈 같은 당내 거물들을 몰아세우며 역전과 반전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좀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상황을 맞고 보니 드는 생각이 과연 김종인 위원장은 그간 뭘 하셨는가 싶은 거예요. '경제를 아는 70년대 생 새로운 인물의 출현'을 그렇게 외쳐오셨잖아요. 결국 김종인의 리더십과 전략이 실패한 것이지요. 지금 4인 최종 경선에 올라간 분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인하 등 기존에 우리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했던 주장들에서 일점일획도 변한 게 안 보여요.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낮춰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보고 저는 정말 많이 절망했어요. 그건 부자들에게 '어떻게든 버티면 서울 집으론 반드시 떼돈을 벌게 된다'는 신호를 주는 거거든요.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살 수 있어야 하는 건데, 그 정책으론 더 큰 부자들이 그렇게 매물로 나온 10억 20억짜리 아파트마저 싹쓸이할 게 뻔하거든요. 또 집값을 올리면서 부자들 배만 더 불릴 거예요. 이러니 야당 되고 나서도 부자·부동산·기득권 정당이란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고요.
청년들과 집 없는 서민들을 국민의힘 지지자로 돌려세우려면 박원순 시장이 만들려고 했던 용산공원 부지 같은 곳에 공공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서 노회찬 의원이 얘기했던 6411번 새벽 버스를 타고 강남에 빌딩 청소 다니는 노동자들이 교통 편리하고 환경 좋은 곳에 건설된 양질의 공동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해야지요. 국민들이 '국민의힘 미쳤네'라고 할 정도의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데, 재산세 종부세 낮춰주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더 어려운 서민들에겐 그게 다 우리 사회의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기득권 정당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거거든요. 왜 이런 걸 못 깨닫는 건지 답답하고 안타깝지요."
- 국민의힘이 원전 문제를 제기했어요. 국민의힘 의도야 어쨌든, 선거 다가오니 북풍으로 해보는 거 아니냐는 지적 등 더는 선거에 도움 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이건 짧게 대답할게요. 이제 색깔론은 더 이상 먹히지 않아요. 우리 국민들은 색깔론을 이용하려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더 큰 불이익을 줄 거예요. 색깔론 이용하면 선거에 지고 패가망신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그걸 또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려는 '역색깔론'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겁니다. 한마디로 '색깔론'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폐습입니다."
-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연립시정을 제안했는데.
"단일화를 해도 결국은 상대의 조직과 지지층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려면 당연히 이긴 쪽에서 진 쪽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경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진 쪽에 '나는 시장이란 이름만 갖고 시정의 주도권은 (경선에서 패한) 여러분들에게 주겠다'고 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범보수 진영의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은 하나같이 연립시정이란 당근을 던지는 것이고요."
"부산, 민주당이 무슨 수를 써도 국민의힘이 이길 것"
- 부산 선거는 어때요?
"단호하게 말씀드리지만, 여당이 무슨 수를 써도 부산 선거는 국민의힘이 이깁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띄우고 다소 여론이 출렁거려도 결국 부산은 국민의힘이 이길 겁니다. 확률로 얘기하면 한 90% 이상이라고 할까요."
- 재보궐 선거 전망 어떻게 하세요?
"제 바람은 우리 당이 두 선거를 다 이기는 거고, 그걸 위해서 마지막까지 제가 서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입니다. 근데 냉정히 전망해보면 서울시장 선거는 솔직히 안갯속이에요.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그런 예측을 떠나서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서 이미 우리 당이 느껴야 할 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부끄러운 성 문제로 다시 선거를 하게 됐음에도 귀책 사유를 제공한 당을 압도하지 못하잖아요. 심지어 우리 당 후보들이 단일화 과정에서조차 3석짜리 정당의 후보한테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하는 현실을 그야말로 뼈저리게 느껴야 해요.
이제 더는 영남과 강남을 기반으로 표를 얻어 당선된 국회의원 숫자로 위세를 떠는 수준으로는 전국·수권정당이 되는 길은 요원하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그러나 과연 우리 당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와 같은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 우리 당에서 서울시장 후보조차 배출 못 하면, 즉 안철수 후보가 범보수 단일후보가 된다면 본선에서 이겨 서울시장이 된다 해도 그건 우리 당의 패배지 승리가 아닌 거예요.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어 보여요. 제1야당이 자기 당의 대선후보도 없이 대선국면을 통과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 재보선 후 정계개편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이미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분화 되었고,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서 수도권과 지방은 많은 차이가 있어요. 수도권 인구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경제력의 70% 이상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는 더 심해질 거예요. 저 같은 지방 출신 수도권 1세대들도 이제 고향인 TK(대구·경북)의 정서와 많이 다른데, 2세대 3세대로 내려가면 오죽하겠어요. 제 자식들은 그냥 서울 사람이고, 수도권 사람인 거예요. 상황이 이런데도 주구장창 '수도권은 호남 출신이 많아 우리 당이 이기기 힘들다'란 못난 소리만 하고 앉았으니 어찌 수도권에서 이길 수가 있겠어요.
당내 상황이 이러니 수도권 어려운 지역에서 몇 선을 했던 뛰어난 분들도 이젠 영남 강남으로 옮겨가려고 서로 머리가 터지는 거고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충분히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그걸 포기하고 영남 강남으로 내려가고, 거기서 당선되면 자기 지역의 치우친 목소리를 듣고 와서 다시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거죠. 그러니 수도권 선거는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이고요. 이번에 다시 확인했잖아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 국민의힘 후보가 시장 못 되면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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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못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뼈저리게 느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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