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충남도청 전경 사진(자료사진).
심규상
대전시가 구 충남도청사 향나무 100여 그루를 소유주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잘라내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해 5월부터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등록문화재 제18호)에서 '소통협력공간 혁신활동 지원을 위한 시설개선사업'을 시작했다. 충남도청사를 충남도로부터 무상 임대해 사용 중인 대전시는 경내 우체국과 무기고 등 부속건물과 담장부지 등을 활용해 북카페 등 주민 편익공간을 설치하고 있다. 오는 8월 개관 목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담장에 심겨져 있던 향나무 172그루를 제거했다. 이 중 상태가 양호한 40여 그루는 대전시 양묘장에 옮겨졌으나 나머지는 모두 베어졌다. 이 향나무들의 수령은 약 50~7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 향나무들 중 일부는 지난 2006년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 당시 불에 타 시민단체들이 비용을 배상해 복구하기도 했다.
특히, 대전시는 이러한 사업을 하면서 소유주인 충남도에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는 공사를 시작한 한 달 뒤인 지난 해 6월 충남도에 리모델링 승인 요청 공문을 보냈고, 충남도는 조만간 소유권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전되니 그 쪽과도 협의하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대전시는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한 것.
소유권이 오는 7월 문체부로 넘어가기 때문에 충남도가 공사 승인을 할 수 없어서 문체부와도 협의하라는 충남도의 답변에도 대전시가 그 이후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공사를 시작했고, 이를 인지한 충남도와 문체부가 지난 4일과 15일 대전시에 공사 중지 및 담장 원상복구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현재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공유재산법 위반이 명확한 데다 이미 베어버린 향나무는 폐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충남도와 문체부에 보내야할 공문 회신도 미루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대전시당은 지난 17일 논평을 내 "대전시가 지켜내야 할 문화유산을 시 스스로 앞장서 망가뜨렸다"며 "구 충남도청사는 대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 그곳에는 역사적 상징물인 향나무가 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대전시에 의해 한꺼번에 잘려나갔다"고 비난했다.
이어 "도대체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가"라고 개탄하면서 "이 사안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허태정 시장의 역사의식 부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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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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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구 충남도청사 향나무 100여 그루 무단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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