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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말도 없고 선거권도 없지만, 나는 꿈꾼다

[이런 시장을 원한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좋은 세상

등록 2021.03.08 08:06수정 2021.03.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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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픽사베이
 
최근 한 정당 대표가 퀴어 퍼레이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장소를 도심 이외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발언한 일이 있었다. 주류가 아닌 것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내고자 하는 뜻이 불편하게 여겨졌던 건 비단 그게 성 소수자만을 향한 태도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특정 구성원을 주류로 특정하고 권력을 부여한다면 결국 아이, 노인, 여성, 그리고 동물들까지, 사회적 약자들은 늘 약자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회에서 발생하는 공공연한 차별을 느끼다 보면, 우리 모두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아우를 수 있는 공정한 시선이 동물에게 닿기까지는 얼마나 오래 걸릴지 막막하게 느껴진다. 동물은 말도 없고 선거권도 없지만, 서울시민인 나는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좋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 결국 그게 사람이 살아가기 좋은 세상이기도 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유기 문제에 앞서 입양부터  

반려동물 정책의 첫걸음은 입양 시점부터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유기 동물도 많아지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이에 대한 대책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만약 길에서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일부 마음 약한 사람들이 일단 집으로 데려가거나 동물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혹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다. '이 동네에서 이런 동물을 발견했는데, 구청에 신고하면 될까요?' 사람들은 '시 보호소에 보내면 2주 후에 안락사된다'고 알려준다. 주인을 찾거나 입양되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 

불쌍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면 또 다른 마음 약한 사람이 나타나 보호를 자처한다. 이미 그런 식으로 몇십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일종의 개인 보호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보호소에 사료가 떨어지거나 불이라도 나면, 인터넷에 글을 올려 후원을 요청하고 또 다른 개인들이 도움을 준다. 결국 일반인들의 유기 동물 보호는 그런 식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근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거의 전부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 보호소나 사설 보호소 모두 포화 상태니 국가가 모든 동물을 다 책임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유기 동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뿌리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간단히 생각하면 버리지 않을 사람들만 동물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만 그런 검증 시스템이나 계약서 작성 같은 것들이 애매하게 정착되어 있다. 


개인이 보호하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려고 하면 개인이 개인의 조건, 환경, 미래 계획, 마음가짐 등을 검증한다. 안정적인 입양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걸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러나 이미 버림받은 적 있는 동물이 좋은 가족을 만나게끔 하려는 책임감과 입양 과정에서 개인에게 검증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충돌하는 일도 종종 있다. 이를 공식화하려면 입양할 때부터 온 가족이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하는 독일의 입양 시스템을 적용해도 좋을 것이고, 이전에 키우던 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한 적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충분히 준비된 사람들이 평생 책임질 마음으로 동물을 키우는 선제조건이 갖춰져야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형성하는 단계를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쏟아진 물을 주워 담는 것보다 항아리의 구멍을 먼저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조금 더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의 권력 

실제로 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있다고 느껴지는 구조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사회에서 '맘충'으로 불리며 잘못한 것 없이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력은 누가 부여하는 것일까.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우리가 쓰는 단어, 오래된 관념, 그리고 정책 하나하나까지 책임이 있다고 본다. 

사회가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권리는 부족한데 책임질 것은 많다. 서울시 인구가 970만 명이고 그중 반려동물과 사는 비율이 20%가 넘는다는데 반려견 놀이터는 3곳에 불과하다.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와 간식에서는 자꾸 안전성 논란이 나온다. 동물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충분한 산책을 권유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강형욱 훈련사다. 

정책은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를 규제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 그리고 이런 정책 방향에 발맞춰 동물의 자유를 더 규제하여 안전을 보장하라고, 더럽고 귀찮으니 도시에서 내쫓으라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내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그것이 사회 전체의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겠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엄마가 아닌 사람'과 동등한 권력을 가져야 하듯이,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훈계를 하고 호통을 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뜻 개인의 갈등처럼 보이지만 나는 동물이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 누려야 할 권리는 알리지 않고 그저 제재하고 억누르기 급급했던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예전에는 가정폭력을 심각한 폭행으로 여기지 않았다. '여자와 북어는 삼 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속담이 쓰일 정도면 그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동물을 유기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고양이를 학대해도 가벼운 벌금형으로 그치는 것은 그 일을 사회가 그만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버린다. 정책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하고, 또 공정해야 한다고 본다. 

동물 친화적인 삶, 요원한 일일까요 

사회 다수가 지닌 보편적인 인식이라는 건 어떻게 생기는 걸까. 확실한 건 우리 사회는 아직 동물 친화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단번에 바뀔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안다.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애초에 우리 세대에서는 바뀔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은 시선을 돌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인기 있는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에서 우연히 한국 유학 중이라는 터키인을 만났다. 누군가 터키에 여행 경험이 있다며 이런 질문을 했다. "터키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많던데, 시에서 관리하는 건가요?" 

그러자 그는 터키의 자랑스러운 문화 중 하나라며 대답했다. "길 위의 동물들은 모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며, 가게나 집집마다 그들에게 밥과 물을 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요. 백화점에 동물이 들어와도 아무도 쫓아내지 않아요." 그러자 누군가 놀랐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 삶이 가능해요?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구나." 

평소 동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동물과 사람이 완벽히 격리되어 살아가는 삶을 당연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동물은 돌봄이나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라 여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에게 잔혹한 사회가 소수자나 약자에게 따뜻할 거라곤 믿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동물들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덜 줄 수 있을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동물과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약자를 변방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는 공정한 시장을 원한다.
#서울시장 #반려동물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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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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