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을 든 해고노동자들, 춘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춘천시가 운영하는 위탁 사업장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춘천시에 향하는게 맞다.
김호세아
이날 일정에 참여하는 조합원들 대부분 해고노동자들이었다. 저마다의 원치 않는 상황으로 직장을 나오게 되었고 오늘의 일정에 함께하게 되었다. 춘천IL센터 해고노동자들도 여주로 가는 길에 동참했다. 서로의 처지를 보며 씁쓸한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일종의 '해고원정대'였다.
우리는 승합차를 렌트해서 이동했다. 춘천에서 여주는 꽤 거리가 있었는데 고속도로를 통해 가는 길이 흡사 MT나 여행을 가는 것 같았다. '해고노동자들의 해고규탄 여행' 그럴싸한 이름 아닌가.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도 먹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강원도의 산 속에 남아있는 눈들을 감상했다. 그동안 몰랐었던 여러 이야기들도 함께 나눴다.
해고노동자들에게 일터에서의 일상은 없다. 일상을 잃은 우리들에게 짧은 이동거리 속의 여행같던 시간들은 우리가 회복해야하는 일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해고를 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을 위한 여행이 언제쯤 끝이 날까?
여주시청 앞에서 만난 두 명의 해고노동자..."반드시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기자회견 목적지인 여주시청에 도착하자 노조 피켓을 들고 있는 조합원들이 보였다. 전화만 하고 초면이었지만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여주 상생복지회 우리집은 아동양육시설이다. 채용 당시 공고에서 2년 계약직이었으며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는 내용을 확인하였으나 근로계약 과정에서 2020년 12월 31까지로 불리하게 변경된 계약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이는 단지 형식적인 절차이며 통상적으로 계약 연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관리자가 이야기했지만, 결국 약속과는 달리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계약만료일에 맞춰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는 채용공고에 명시된 2년 계약에 한참 모자란 8개월, 9개월 근무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머지 다수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약이 연장되었다.
계약이 연장된 다수의 계약직과 다르게 계약이 해지된 두 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위법, 갑질 행위에 대해 참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였다고 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노동권의 보호를 받고자 했지만 이들은 현재 일터가 아닌 여주시청 앞에 나와있다.
기자회견은 했지만 기자는 없었다. 여주시청에서 하는 두 명의 해고노동자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기자는 현장에 없었다. 그래도 준비해간 목소리들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기자회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