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성당 옆 민재네 할머니 댁 종이 위에 수채화(36x25.5cm, 2020). 박상희 작가의 아들 친구 민재의 영종도 할머니 댁. 꽃구름 둘러싸인 집에서 할머니가 버선발로 나와 반길 것만 같다.
박상희
영종성당 앞, 할머니 집
민재네 할머니 댁은 인천 영종도에 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섯 형제도 이 섬에서 나고 자랐다.
"벚꽃 필 때 오지 그랬어."
영종성당 바로 앞에 있는 할머니 집은 사시사철 예쁘다. 봄이면 노랑, 빨강, 하양 꽃망울이 터지고, 여름이면 싱그러운 풀숲이 대지를 덮는다. 겨울 햇살마저 따사롭다. 그래도 할머니는 뭍에서 온 손님들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왔으면 더 좋으련만 싶다.
차이분(93) 할머니는 영종도 토박이다. 나이가 아흔이 넘도록 섬을 떠나 산 적이 없다. 할머니 집은 2006년에 지어졌다. 살던 동네에 개발의 바람이 불고 '하늘도시'가 들어서면서 이리로 떠밀려 왔다. 떠나야 했지만, 멀리 가고 싶진 않았다. 가족이 다니던 성당 가까이 양지바른 자리에, 허물어가던 집을 사들여 추억을 다시 지었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초가집들이 모여 있던 동네였다. 섬사람들은 뱃일을 하거나, 곡식이고 과일을 키우며 농사짓고 살았다.
"시골 부자는 일 부자라고 했어. 부잣집이라고 해서 시집왔는데 일복만 있었지. 그 덕에 먹고사는 형편은 좀 나았어." 열여섯 나이에 맏며느리로 와, 평생을 논밭에서 허리 굽혀 일하고 일꾼들 밥해 먹이며 살았다. 그렇게 아들 셋, 딸 넷 가르치고 잘 키워냈다. "살림살이 불리며 자식들과 오순도순, 지금은 떠난 영감과도 오래도록 살았으니, 난 행복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