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입장문을 읽어나가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사건 250여 일 만에 기자들 앞에 선 피해자는 "이제 용서를 하고 싶다"면서도 민주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주최로 서울 중구 명동티마크 그랜드호텔 3층에서 열린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행사에서 A씨는 지원단체, 변호인단 등의 연대 발언이 끝난 뒤 직접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A씨의 얼굴과 음성 등은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만 공개됐다.
"용서하고 싶다, 하지만"
A씨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그리고 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라며 기존처럼 '대독'의 형식이 아닌,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다"라면서도 "용서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해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준다는 의미를 가졌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다"라며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면서 "피해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 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가 악용돼 비난을 받았다"라며 2차가해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2차가해의 내용과 달리 A씨는 북부지검의 수사결과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 자신이 당한 피해의 실체를 인정받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용서하고 싶다. 저의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 지금까지 행해졌던 모든 일들에 대해 사과하라"며 사실상 민주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정치권에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면서 "여성과 약자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 진영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흐름임을 인정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용기를 내라는 말을 전했다. 그는 "잠들기 전, 자꾸 떠오르는 불쾌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가다 베개를 적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입니다. 용기를 내십시오"라고 전하며 입장문을 마쳤다.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