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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붙은 적 없는 오디션... 이젠 '탈락' 없는 무대에 섭니다

슈퍼스타K를 비롯한 가요제 도전만 수년째... 도전은 실패만 남기진 않았다

등록 2021.03.26 07:43수정 2021.03.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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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로트가 대세다.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각종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브라운관을 독차지 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상념에 잠기곤 한다. 오디션과 가요제에 도전했던 나의 지난 날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4년 동안 4번의 오디션 탈락, 그리고
 
 슈퍼스타가 되고야 말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나는 오디션 예선현장으로 향했다.
슈퍼스타가 되고야 말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나는 오디션 예선현장으로 향했다. 권태현

처음 슈퍼스타K에 참가한 것은 2011년에 열린 슈퍼스타K3였다. 청운의 꿈을 안고 달려간 예선 현장에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명하듯 수많은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꼬박 7시간을 줄서서 기다려서야 겨우 예선을 볼 수 있었다. 

자기소개를 한 후 노래를 시작했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5분이 5초처럼 느껴질 정도로 예선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이후 합격 소식을 전해줄 전화를 기다렸다.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예선 탈락이었다. 아쉬웠지만 재밌는 경험을 해봤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1년 뒤 또 다시 슈퍼스타K에 참가했다. 이번엔 친구와 함께 듀엣으로 출전했다.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실용음악학원까지 다니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뭔가 될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두 번째 예선에서 부른 노래는 Alicia Keys의 'If I Ain't Got You'라는 곡이었다. 노래를 듣던 방송작가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더니 잘하는 거 있으면 아무거나 해보라고 했다. 친구는 그 당시 유행하던 셔플댄스를 췄고 나는 마술을 보여줬다. 노래 오디션에서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카드며 지팡이며 이것저것 챙겨간 내가 지금 생각해도 참 우습지만 그땐 뭐라도 어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결과를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마지막 날까지 폰을 부여잡고 있었지만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예선 탈락이었다. 첫 번째 예선에서 떨어졌을 때와는 다르게 충격이 컸다. 허탈하고 또 속상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오기가 생겼다. 다음 시즌에 한 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세 번째 예선에서 부른 노래는 신용재의 '평범한 사랑'이라는 곡이었는데 연습이 부족했던 탓인지 노래 도중에 그만 음 이탈이 나고 말았다. 실수를 만회하고자 뱅크의 '이젠 널 인정하려 해'라는 곡을 자청해서 불렀지만 전세를 역전시키기엔 부족한 듯했다.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탈락이었다. 

또 한 해가 지났다. 티브이에서 슈퍼스타K가 열린다는 광고를 보는데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만 더 해보자.'

네 번째 예선은 그전 예선과 느낌이 달랐다. 내 노래를 들던 방송작가는 나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계속해서 노래를 주문했다. 연달아 5곡을 내리부르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은근히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네 번째 예선 역시 탈락이었다.

슈퍼스타K 뿐만 아니라 라디오 노래자랑과 전국노래자랑 그리고 김해가요제, 김해한가위축제가요제, 밀양가요제, 진례도자기축제가요제, 진영단감축제가요제, 대구포크페스티벌 등과 같은 각종 지역가요제에도 도전했다. 아쉽게도 결과는 모두 예선 탈락이었지만 말이다. 2시간 걸려서 갔던 밀양가요제에서는 한 소절밖에 못 부르고 3초 만에 초광속으로 탈락했다. 연차까지 써가며 참가했던 전국노래자랑 예선 역시 1절도 다 부르지 못하고 떨어졌다. 

성공보다 많은 실패로 알게 된 것들
 
 4년동안 4번이나 참가했던 슈퍼스타K 오디션. 결과는 모두다 예선 탈락이었다.
4년동안 4번이나 참가했던 슈퍼스타K 오디션. 결과는 모두다 예선 탈락이었다.권태현

오디션과 가요제에서 단 한 번의 입상도,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실패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다.

슈퍼스타K 예선에서 네 차례의 탈락을 통해 어깨에 힘을 빼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세 번째 예선까지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 그 탓에 노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네 번째 예선을 보러 갔을 때는 아예 생각을 바꿨다. 

'이번에도 떨어질 거니까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고 오자.'

실력 이상으로 잘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처음부터 떨어질 거라 생각하니 너무 잘하려고 기를 쓰고 덤빌 필요가 없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잘하려고 해봤자 몸에 힘만 들어갈 뿐이었다. 생각을 바꾼 결과 가장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예선을 오히려 망쳤고 못해도 된다고 편하게 생각하며 어깨에 힘을 빼고 참가했던 네 번째 예선이 제일 만족스러울 수 있었다. 

지금도 어떤 시험이나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과하게 긴장이 될 때면 혼자 이렇게 되뇐다. 

'준비한 만큼만 보여주자. 못 하면 어때. 떨어지면 어때. 다시 준비해서 도전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할 때 두려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고 여유를 가지고 도전에 임할 수 있었다. 

여러 지역가요제에서의 예선 탈락은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차례 탈락을 거듭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뛰어나게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내 실력을 과대평가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되면서 지금의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계획할 수 있었다. 

합격도 탈락도 없는 나만의 무대
 
 공원에서 했던 버스킹. 누군가 가던 길을 멈추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공원에서 했던 버스킹. 누군가 가던 길을 멈추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권태현

그날 이후 기타동호회에 가입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정모를 할 때마다 공연을 했다. 라이브 카페에 가서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한여름날에 공원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했다.

내가 노래할 때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그곳에는 합격도 탈락도 없었다. 그 순간을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뛰어난 실력은 아닐지라도 사람들에게 잔잔한 재미와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부럽긴 하다. 하지만 더 이상 큰 무대에만 목 매지 않으려 한다. 먼 곳에 있는 큰 성공만을 바라보기보다는 당장 이룰 수 있는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나가려 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여러 SNS에 노래 부르는 영상을 찍어 올리며 작지만 소소한 나만의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더 큰 무대에 서는 날이 오겠지. 지난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차 안에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노래를 부른다. 세상을 향해 크게 소리쳐 부른다.
#노래 #슈퍼스타K #도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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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씁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생각과 시선을 글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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