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현장에서 막판 지지층 결집에 나선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박조홍
무관심 속 정부여당 성토 분위기
살기 바쁜 이동노동자들 중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드물었다. 밴드나 카페 등 이동노동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정부여당을 비난하거나, 방어해주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보궐선거가 아니라도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부동산 정권 심판론에 3월 초 LH 투기의혹 사태까지 겹치자 이따금 드러나는 비난의 강도가 드세져 그 기세에 변함없이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는 못했다.
논쟁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는데, 한 번 시작되면 숨은 진보 보수 지지자들까지 합세해 격론이 벌어질 것이 자명해서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경우 욕이 뒤섞인 논쟁이 몇 날 며칠 이어지고 결국 분란을 일으킨 누군가가 자의든 타의든 그 커뮤니티에서 나가야 사태가 마무리되는 까닭이다.
부산지역 대리운전 손님들의 이야기
대리기사들이 만난 부산지역 대리운전 손님들은 어떤 얘기들을 하고 있을까. 분위기를 들어볼 겸 한 이동노동자 커뮤니티의 운영자와 식당에서 만났다.
4000명의 대리기사들이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소통하고 있는 밴드의 운영자였는데, 본인 역시 전업 대리기사로 누구보다 성실히 콜을 타고 있었다. 술 한 잔 한 데다 손님과 기사의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손님들이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데 부담이 덜 한 듯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한 운영자.
"40대 손님은 그래도 아직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50대 이상은 국민의힘 지지가 높고, 아주 확고해요. 요즘은 보수 성향들이 강하게 자기 의견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권여당이 대단히 잘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어요. 화가 많이 나 있고, 목소리들이 커요."
알고 지내는 부업 대리기사들에게 전화를 해봐도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수층은 왜 집권여당이 잘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식당 앞에서 헤어지고 주차장으로 갔다가 전화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50대 초반 손님과 맞닥뜨렸다. 국산 대형 승용차 차주였고, 해운대 마린시티와 인접한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인상이 좋아서 선거 관전기 취재 중이라고 밝혔고, 대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뜻밖이랄까. 50대 손님은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밝혔다. '강남좌파' 같은 존재라며 웃어 보인 그는 다만 자신이 친분 있는 사람들은 보수 성향이 많다며 그들이 왜 진보세력을 지지하지 않는지를 설명해줬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거죠, 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민주, 공평 뭐 이런 쪽으로 열심히는 했는데,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뭐 이런 거에 대한 실력은 부족한 게 아니냐, 실제로 돌아가는 시장 원리에서 막히니까 지금 부작용이 자꾸 일어난다, 부동산도 그렇고... 그리고 성추문, 내로남불 등등... 봐라. 마냥 깨끗한 것도 아니다..."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베스트 댓글에서도 본 적이 있는 주장들이었다.
"냉정히 말해서 보수 유권자들이 진보 후보 찍을 가능성은 낮아요. 뼈 때릴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런 얘기 중에 새겨들을 얘기는 없는지 찾아봐야 돼요. 중도층 표심을 되찾아올 방법을 찾으려면."
줄 잇는 의혹제기에도 굳어버린 표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