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을 좀 더 편하게 먹고 싶은 마음에 텃밭에 심어봤다. 첫수확한 올봄, 풍족하게 주시는 것에 만족못하고 웃자란 욕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쑥이 다른 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모른다. 어쩌면 길가에 그냥 두게했을 때보다 못한 결과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김현자
지난겨울, 밥에도 몇 알씩 넣어 먹고 갈아서 죽도 끓여 먹자 싶어 산마씨(영여자)를 구입했다. 어느 날 보니 불과 며칠 전까지 멀쩡했던 씨앗들이 모두 싹이 돋아 있었다. 산마씨 스스로 이젠 흙에 뿌리내려야 하는 때를 알아 싹을 틔운 것이다. 아쉽긴 했지만 콩알만 한 작은 산마씨 하나가 보여주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탄했다.
도라지밭 가에 조금만 심어보자 밭으로 갔다. 고구마나 감자처럼 땅속에 맺히는 것이니 깊게 파 고른 후 심어주자 싶어 열심히 호미질을 했다. 그렇게 몇 분. 새소리가 가까이 들려 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슬금슬금 손이 닿을 거리로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눈앞에 있던 애벌레를 채듯이 물고 숲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 새는 잠시 후 다시 오더니 호미질에 흙 밖으로 나온 벌레를 또 물고 갔다. 마씨를 다 심을 때까지 몇 번 더 되풀이되었다. 새가 농부가 땅을 파면 겨우내 땅속에 있던 벌레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가까이 와 채갔던 것이다. 다른 때는 마주치는 순간 포르르 날아가 버리곤 했던 새였는데 말이다. 지난해 봄 도라지를 심으며 이미 경험했음에도 이런 일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텃밭을 일구거나 무엇이든 심어 가꿔보면 요즘 며칠 내가 텃밭을 일구며 느낀 이와 같은 것들을, 자연 혹은 작은 생명 하나가 주는 경이로움, 그 감동을 때때로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를 통해 볼 수 있던 것들을 목격하거나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고 말이다. 그래서 가급이면 텃밭을 일궈보길 권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과 감동은 삶에 스며들어 어떤 도움이 되곤 한다. 어떤 가르침이 되기도 한다. 올봄 쑥 덕분에 '필요 이상의 욕심'과 '생명 저마다 주어진 마땅한 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올봄으로 그치랴. 올해는 또 어떤 것들로 심어 가꾸는 재미와, 얻어먹는 감사를 누릴까. 그리고 생명과 자연을 느낄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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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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