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책에 붙여놓은 책편지입니다.
진혜련
처음 편지를 써서 그림책에 붙인 것은 아이가 돌도 되기 전이었다. 나는 얼른 아이와 그림책을 읽고 교감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는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기였다. 나는 아이가 클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책을 읽고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써서 그림책에 붙였다.
나는 편지에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가르침을 쓰지 않았다. 편하게 말하듯이 썼다. 나는 다만 아이가 책을 펼쳤을 때 엄마 편지를 보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책을 읽길 바랄 뿐이었다.
"콩이 어떻게 잘 자라나 했더니 낮에는 햇님이, 밤에는 달님이 토닥토닥 해줘서 그랬던 거였구나. 토닥토닥해주면 힘이 나잖아. 엄마도 그래. 엄마가 기분이 안 좋을 때 도현이가 엄마한테 와서 토닥토닥해주면 속상한 마음이 싹 풀리고 다시 기분이 좋아져.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위로해주는 건 어떻게 알았지? 도현아. 힘이 들 땐 언제나 엄마에게 오렴. 힘든 일, 억울한 일 마음 놓고 얘기해. 엄마가 도현이 하고 싶은 이야기 다 들어주고 토닥토닥해줄게." - <콩이 쑥쑥> 엄마의 책편지 중에서
책의 한 페이지가 된 엄마의 편지
편지에 들어가는 내용은 다양하다. 아이가 책에서 좋아했던 장면과 반응, 책에 대한 엄마의 생각이나 느낌, 아이가 좀 커서는 책을 읽고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썼다. 또한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책을 사거나 읽었던 장소의 풍경을 쓰기도 했고, 때로는 책 속 주인공이 아이에게 편지를 써주는 것처럼 쓰기도 했다. 책편지에는 그 시절 아이의 모습과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사랑의 말들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