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여행.
홍기표
나는 간편하게 앉을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그늘막을 가지고 적당한 곳에 앉아 즐기는 여행을 '오늘의 발견'이라고 이름 지었다. 쉬이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닌 평소에 잘 보이지 않았던 나와 도시의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주말이면 차로 10~30여 분 거리에 있는 바다와 산으로 가 점심과 저녁을 챙겨 먹고 돌아왔다.
지난 일요일(25일)에는 산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자연휴양림이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은 만 원이면 이용이 가능했다. 깊은 산속, 나무로 만든 내리막길을 계곡물을 따라 흘러 흘러 내려가 미리 예약한 자리에 도착했다.
먼저 테이블을 펼치고 의자를 깔았다. 높이 솟은 나무가 잎으로 충분히 가린 햇살은 조금씩 기분 좋게 들어와 그늘막은 필요가 없었다. 버너를 꺼내 불을 올리고 밥을 지었다. 잔잔한 음악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가 묻히지 않을 정도만 틀어두었다. 그리고 <어린 왕자>를 읽었다.
아들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칼처럼 휘둘렀다.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입으로 뱉으며 폴짝폴짝 이리저리 곡선을 그렸다. 때로는 물 위에 돌을 던져 이름 모를 곤충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밥과 고기 그리고 한 모금의 맥주를 마시며 아이에게 광합성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지만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녀석에게는 무리였다. 밥을 다 먹고 계곡물이 어디서 흘러오는지 한번 찾아보자며 언덕을 올랐다. 거제 자연휴양림 꼭대기에는 작은 댐이 있다. 그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작은 계곡이 되었다.
아들과 함께 그 작은 댐과 말라버린 폭포를 봤다. 내려오는 길에는 노부부 해설사를 만나 편백나무 팔찌를 만드는 행운도 가졌다. 팔찌를 다 만들고 나니, 해설사께서 나무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더불어 청진기로 느티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를 듣는 재밌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