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쑥삶은 쑥을 쌀가루와 버무려 쪄서 떡으로 만들어 먹는다.
박진희
시장에 나가보니 산두릅, 데친 고사리, 삶은 머윗대, 뽕잎, 다래 순, 돌나물 등 온갖 봄나물이 보인다. 이 계절 산이나 길섶에서 나는 수많은 봄나물 중에 '제왕'이라 불리는 참두릅을 제치고 여인네들한테 귀한 대접 받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쑥'이다.
국이나 튀김으로 맛과 향을 즐기기도 하지만, 쑥은 뭐니 뭐니 해도 '떡'으로 먹어야 제맛이고 꿀맛이다. 쑥털털이, 쑥개떡, 쑥송편, 쑥인절미, 쑥가래떡.... 아! 이름만 들어도 침 넘어간다.
예전에는 떡 할 심산으로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나는 봄쑥을 뜯기 시작하면, 며칠씩 공들여 채취해서 한데 모았다. 그걸 잘 삶아서 물에 불린 멥쌀을 가루 내 쪄서는 절구에 함께 넣고 찧어 집에서 직접 떡을 만들어 먹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떡집에 가면 천 원짜리 몇 장에 구미 당기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해도....
내 식구, 살가운 친척, 친한 이웃들한테 좋은 것 먹이고픈 여인네들은 여전히 온종일 쪼그려 앉아 쑥을 뜯고, 그걸 떡으로 만들기 위해 방앗간을 찾는다.
공주시 원도심의 대표 전통시장인 '공주산성시장' 안에는 주인장 손맛 자랑하는 방앗간들이 두 손으로 여러 번 꼽아야 할 만큼 많다. 2~3代씩 가업으로 이어오는 곳이 많아서 내로라하는 '간판 떡'도 실로 다양하다.
당연히 쑥떡 잘하기로 이름난 곳도 있어서 상호는 '○○기름집'인데, 떡 뽑는 솜씨가 기가 막힌다. 4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영업해 온 이곳은 연세가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님이 사장이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언니분이 가게에 붙어 있어 자매가 운영하는 걸로 아는 이가 부지기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