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 영국 런던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외교부제공
지난 5일(현지시각) 오전 9시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의 한 호텔. 1시간가량의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끝나자마자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급히 별도의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방에서 두 장관은 2020년 2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처음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방에는 테이블도 없었고 국가간 회담에 으레 있어야 할 양국 국기도 없었다. 회담은 약 20분동안 진행됐다.
이날 회담이 얼마나 긴박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실무자가 출국할 때까지도 언제 어떻게 하는지 유동적인 상황이었다"며 "런던에서 실제 회담이 임박해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회담 개최가 이같이 급박하게 결정된 데 대해 "어차피 양국이 모두 참가하는 회담이니까 이를 계기로 두 나라 장관이 만나야겠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다"면서도 "양국 모두 G7회의도 있고 다른 참가국들과 별도의 양자회담이 이어졌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회담 성사 사실을 사후에 공개한 데 대해서 "일본 측이 사전 공개는 하지 말자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본 측과 막판까지 회담 일정을 조율했음을 내비쳤다.
일본은 최근까지 줄곧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과거사 판결과 관련해 한국 측에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해 고위급회담을 거부해왔었다. 심지어 지난 1월 정 장관이 취임한 이후 전화통화마저 하지 않았던 것을 비춰볼 때 막판까지 심사숙고 했음은 충분히 추측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