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정부가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증한 인도에서 출발해 자국으로 오는 항공편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한 이번 조치는 최소 내달 15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전날 시드니 국제공항 상공에서 여객기가 착륙을 위해 공항으로 접근하는 모습. 2021.4.27
연합뉴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 시각) 그렉 헌트 호주 보건부 장관은 자국민이라도 인도에서 오면 입국을 금지한다며 5월 3일부터 이 조치의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를 위반하면 최고 5만 1000 호주 달러(5683만 원)의 벌금형 또는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도에는 약 9000여 명의 호주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5월 15일까지 금지했다.
유엔인권위원회까지 나서 호주 정부의 이번 결정을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하자 6일 호주 정부는 15일까지의 입국 금지령은 유지하되 그 이후에는 정부 전세기를 이용해 인도에 고립된 호주인들을 송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호텔에서 격리 생활하는 것과 달리 인도에서 귀국하는 사람들은 호주 북단 끝에 있는 임시 수용소로 보내질 예정이다.
호주가 자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 호주가 이들 지역 체류자들의 입국을 막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이번 조처는 인종차별적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주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호주 시민권자의 입국을 금지할 만큼 인도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외 입국자 관리 부실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주도해서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입국자로부터 시작된 지역 사회 감염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 검역 기준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대륙과 떨어져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호주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여행객이 들고 오는 식품 중에 호주가 금지한 원료가 들어있으면 아무리 포장이 잘 돼 있어도 통관이 금지된다. 이를 뒷받침하려고 제정한 법이 '생물보안법'이다. 인도에서 호주로 입국을 금지한 것도 바로 이 생물보안법에 근거했다.
이 법 477조는 호주 보건부 장관이 주요 질병원(바이러스)의 호주 진입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그 조치에는 입국 금지도 포함(prevent entry to Australia)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헨리 8세 조항'으로 알려진 법 원칙 때문에 이 결정은 의회도 되돌릴 수 없다. 또 다른 연방법이나 주법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헨리 8세 조항은 16세기 영국에서 생겼다. 국왕이 의회에서 결정한 법에 따라 조처를 한다면 그 조치는 의회 입법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조항이다. 의회가 그 법을 없애거나 개정하지 않는 한 국왕의 결정은 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귀국 권리를 박탈해도 되는 상황은 없다
이번 호주 정부의 조치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는 과연 어떻게 지켜야 하는 것일까?
시민권은 개인과 국가 사이의 관계이며 국가와 개인은 상대방에게 근본적인 의무를 진다. 시민권의 법률적 관점에 따르면 국가와 시민의 계약관계에서 시민의 일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다. 국가의 의무는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주 정부는 인도에 발이 묶인 채 남아 있는 호주인들에게 집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요구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5일 자국민의 귀환을 금지하고 이들을 형사처벌 하려는 호주 정부의 조치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루퍼트 콜빌 위원회 대변인은 정부가 시민들의 귀국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30여 년 전 호주 고등법원은 시민권자의 호주 입국에는 정부의 허가나 면허가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또 2017년 호주 법원의 판결도 거주권이 시민권의 필수라는 점을 확인했다. 당시 한 연방의원이 영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서 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영국 법원이 그 의원은 영국에 거주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호주 법원은 거주할 권리가 없는 시민권이라면 영국 시민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시드니 법대 헬렌 어빙 교수는 거주할 수 있는 권리는 시민권을 부여한 국가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거주지를 제한하거나 일정한 조건을 부여할 수는 있지만 귀국을 범죄시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호주 정부가 한 귀국 금지 조치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가 소홀할 수 있는 인권 문제를 잘 드러냈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을까?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4일 172명에 이어 7일 203명의 자국민을 특별기편으로 귀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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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입국시 처벌', 호주는 왜 극단적 조처 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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