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군의 또 다른 벌목 현장. 도로를 따라 양쪽의 숲이 사라졌다.
최병성
최근 산림청이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방안'을 둘러싼 말들이 많다. 환경운동가로 명성을 얻은 최병성 목사는 <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http://omn.kr/1t88z) 제하의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기후재앙'을 불러올 '제2의 4대강 사업'이라 경고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홍천 산야가 헐벗은 사진에 충격을 받은 것은 비단 오마이뉴스 독자들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치 준비된 것처럼 불과 하루 뒤 <조선일보>는 1면 기사로 공세를 이어받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탄소 저감 목표가 차질을 빚자 멀쩡한 나무를 베어 가며 무리하게 새 나무를 심는 계획이라는 비판이다. 과연 정부는 탄소중립이라는 핑계로 멀쩡한 산림을 밀어내고 나무 심기 개수 채우기에 급급한 책상물림 사업을 만들어낸 것일까?
<오마이뉴스> 기사처럼 숲을 가만히 놔두면 탄소흡수량은 알아서 증가하는데 산림청은 멀쩡한 숲을 뒤엎고 탄소시계를 앞당기는 재앙을 초래하려는 것인가? 건강한 산림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들에 관한 몇 가지 사실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30억 그루 나무 심기로 온 산이 뒤엎어질 일은 없다
일부 환경단체는 산림청이 '전체 산림의 72%를 모두 엎어버릴 것'이라느니, '경기도 면적의 숲이 사라질 위기'니 하며 산림청 전략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산림청의 계획을 뜯어보면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는 기우에 가까워 보인다. 산림청에 따르면 '탄소중립 추진방안'에서 발표된 수확량은 1년에 3만ha 규모로, 탄소중립 추진방안 수립 이전인 '20년도에만 이미 2.4만ha를 수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약 25% 규모 증가에 불과하다.
30년간 총 26억 그루(연간 8700만 그루꼴)의 새 나무를 국내에 심는 데 필요한 면적은 연간 약 2.9만ha로 추산되는데, 2.9만 ha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인 634만ha의 불과 0.4%에 해당할 뿐이다. 1년에 0.4%씩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총 산림면적의 14%의 나무를 새로 심는 것이 과도한 목표라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홍천 벌채사업은 산림청 사업이 아닌 민간사업
앞선 기사들에서 모두의 이목을 끈 문제 사례인 강원도 홍천군의 나무 베기 현장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이 아니라 사유림으로, 산림자원법에 따르면 사유림 산주의 입목 벌채 허가는 관할 기초지자체가 허가권을 갖고 있다. 올해부터 산림청이 준비 중인 '산림청 탄소중립 전략'과는 전혀 무관한 민간 경제림의 벌목사업이라는 얘기다.
물론 사유림에서도 설령 규정에 어긋난 나무베기가 이루어졌다든지, 규정이 미비하여 생태계 교란의 가능성이 높다면 지적해 마땅한 일이다. 당국은 최근 3년간 벌채지역 전수 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사유지에서의 민간 벌채사업 사례를 가져다 산림청 숲 가꾸기 사업이나 탄소중립 전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사실 호도이자 논리 비약이다. 위 기사가 주장하려는 바는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산림은 경영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과연 그러한가?
산림의 탄소 흡수능력 –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자
최병성 목사는 벌채된 나무의 나이테 간격을 살피며 30년 이상 산림이 더 높은 탄소 흡수능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30년 이후 나이 든 나무가 탄소를 더 흡수하기 때문에 탄소흡수량 증가를 위해서는 벌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인 분석이라 보기 어렵다.
가장 큰 오류는 단일 개체의 탄소흡수량이 늘어나면 숲 전체의 탄소흡수량이 당연히 늘어난다는 논리의 함정이다. 그야말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오류다. 나무가 청년기를 지나 큰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수많은 나무와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주변 나무들의 개체 수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숲의 탄소 흡수능력을 판단할 때는 큰 나무 한 그루의 흡수능력 증감이 아니라 숲의 단위 면적당 탄소흡수량이 지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나무가 아니라 전체 숲의 단위로 시야를 넓혀 볼 때, 숲의 나이가 들면 전체적인 생장률이 떨어지고 탄소흡수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은 아직 흔들리지 않은 학계의 정설이다.
국내 주요 수종의 탄소흡수량을 직접 계측한 결과도 숲과 개별 나무의 탄소흡수량이 일치하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산정 결과, 나무 한 그루당 탄소흡수량은 수종에 따라 침엽수는 대개 수령 30년~50년 사이에 절정에 다다르고 이후 감소하며, 활엽수는 수령 70년까지 지속해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숲 단위의 흡수량을 보면 수종과 관계없이 임령 20~25년이 절정이며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여 50년 이후에는 수령 10년 수준과 같거나 낮은 결과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