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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론' 되살린 보수 언론... 무주택자는 없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문재인 정부 '세금폭탄' 보도 4400여 건... 유주택자 관련 내용에 집중

등록 2021.06.01 07:28수정 2021.06.0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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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지난 3월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오는 6월 3일은 올해로 서른 번째 맞는 '무주택자의 날'이다. 2019년 기준 전국 주택소유가구 비율은 56%지만, 서울은 48%로 여전히 무주택가구가 절반이 넘는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무주택자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언론이 유주택자, 그 가운데서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인 상위 1~2% 부자나 다주택자 목소리를 대변해 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세금폭탄' 보도다.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 양도소득세, 취등록세 등 각종 부동산세는 무주택자와 직접 관련이 없다. 오히려 부동산세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시켜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 '세금폭탄론'이 다시 부활했다. 특히 지난 4.7재보선에서 참패한 정부여당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보수 성향 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세금폭탄', '징벌적 과세'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참여정부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등장한 '세금 폭탄론'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이용해 지난 17년간 언론의 '세금폭탄' 보도 흐름을 분석했다. 종부세가 처음 시행된 지난 2005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부동산', '세금', '폭탄' 단어가 함께 들어간 보도는 중앙일간지(11개), 경제지(8개), 지역일간지(28개), 방송사(5개), 전문지(2개) 등 54개 매체에서 모두 7324건이었다.
 
고정미
 
참여정부 당시 2006년 71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명박 정부 때는 한때 66건(2009년)까지 줄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증가했다.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한 8.2부동산대책이 나온 2017년 336건으로 늘었고, 종부세 인상안이 담긴 9.13대책이 나온 2018년에는 770건으로 증가했다.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등을 강화한 '부동산 3법'(종부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2020년에는 1928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발표된 올해도 5월 25일 현재 743건을 기록해, 이런 추세(월평균 약 150건, 연간 1800건 추정)라면 지난해 수치에 육박할 전망이다.
  
역대 정부별로는 참여정부 3년간(2005-2007) 1298건이었던 것이 이명박정부 5년간(2008-2012) 887건, 박근혜정부 4년간(2013-2016) 734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4년동안(2017-2021.5) 보도량만 4405건으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5~6배 수준이다. 물론 여기에는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한 원인도 있다.
  
고정미
 
'부동산 세금 폭탄'에 대한 연관어 분석에서는 1위가 '종부세'(가중치 177.89 빈도수 2112), 2위가 '다주택자'(가중치 127.15 빈도수 632), 3위가 '재산세'(가중치 101.47 빈도수 756)였다. 이밖에 '보유세'(4위), '공시가격'(5위), '양도세'(7위), '취득세'(12위) 등 부동산세 관련 키워드가 상위를 차지했고 '징벌적 과세'(가중치 16.13 빈도수 57)도 25위에 올랐다.

경제지와 보수 언론이 주도한 '세금폭탄론'
 
고정미
 
'부동산세금폭탄' 보도를 주도한 건 경제지들이었다. <매일경제>가 717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가 630건, <서울경제>가 553건으로 뒤를 이었다. 8개 경제지 평균은 412건으로 11개 중앙일간지(평균 232건)의 1.8배 수준이었다.


중앙일간지 가운데는 <중앙일보>가 467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285건), <세계일보>(262건) 등 보수 성향 매체가 상위를 차지했다.

방송사는 보도전문채널인 YTN이 2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상파3사 가운데 SBS가 73건으로 가장 많았고, KBS는 56건, MBC는 46건이었다.


IT 전문지인 <디지털타임스>가 272건인 반면 <전자신문>은 32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역일간지 가운데는 대구 <매일신문>(130건)만 100건을 넘겼고, 나머지는 수십 건 수준이었다.

같은 '세금 폭탄' 보도라도 매체 성향에 따라 논조는 갈렸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257건), <한겨레신문>(207건)도 200건을 넘었지만, '세금폭탄론'을 비판하는 보도 비중이 높았다. KBS, MBC 등 공영방송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세금폭탄론'을 옹호하고 확산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부동산세 강화 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심는 데 적극 활용했다.

[세금폭탄론 옹호한 보수 성향 일간지와 경제지 주요 보도]

- <조선> [사설] '상위 1% 세금'이라더니 1주택 중산층 덮친 종부세 폭탄(2021년 5월 8일)
- <중앙> [단독] 올해 보유세 폭탄은 시작이었다, 10년 뒤 증가분은 내년 증가분 10배(2020년 12월 3일)
- <동아> [사설] 공시가 19% 인상, 정부가 올린 집값에 세금폭탄 맞는 국민(2021년 3월 16일)
- <매경> 종부세폭탄 정권이 위험하다 [김세형 칼럼](2021년 4월 13일)
- <한경> [취재수첩] '세금 폭탄' 부른 부동산 정책 실패(2021년 3월 16일)

[세금폭탄론 비판한 진보 성향 일간지와 공영방송 주요 보도]

- <경향> [사설] 사실 왜곡에 바탕을 둔 혹세무민의 '종부세 폭탄론'(2018년 9월 16일)
- <한겨레> [사설] 부동산 투기 옹호하는 '다주택 종부세 폭탄론'(2018년 6월 24일)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종부세 폭탄론', 언론은 무엇을 외면했나(2020년 12월 6일)
- MBC '재산세' 세금 폭탄? 징벌적 과세? 따져 보니(2020년 7월 22일)


보수 언론,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정책에 부정적 보도 비중 50% 넘어

이 같은 보수 언론의 '세금폭탄론' 프레임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 모니터 결과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에 대한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 등 보수 성향 언론과 경제지는 부정적 보도 비중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겨레>는 중립적 보도가 37%로 가장 많았고, 부정적 보도(33%)와 긍정적 보도(30%) 비중도 비슷했다.( 관련기사 "조중동,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부정적 보도' 절반 넘어" http://omn.kr/rxjr )

언론은 세금폭탄론을 앞세우면서, 정작 무주택자 목소리를 전하는 데는 소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서 지난 2018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에 대한 신문 보도 모니터 결과에서도 <조선> <중앙> 등 보수 언론에서만 '세금폭탄' 프레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일반시민 취재원 35명 가운데 20명(57%)은 주택 소유자였고 무주택자는 10명(29%)에 그쳤다.(관련기사: 부동산 관련 보도엔 왜 '주택 소유자'만 등장할까 http://omn.kr/16ywh)

"종부세 강화에 부동산 기득권층 발끈... 언론이 무주택자 여론도 전달해야"
 
 지난 2019년 6월 3일 '무주택자의 날'을 앞두고, 주거권 투쟁 30년을 돌아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사진전이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992년 6월 무주택자의 날 선포식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전시했다.
지난 2019년 6월 3일 '무주택자의 날'을 앞두고, 주거권 투쟁 30년을 돌아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사진전이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992년 6월 무주택자의 날 선포식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전시했다.김시연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저자인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조중동도 노태우 정부 때는 토지공개념(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 기자 주)을 지지하고, '종합토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면서 "참여정부에서 '세금폭탄론'이 등장한 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정책에 대한 보수 언론의 반감도 작용했고, 종부세가 당시 부동산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해 뒤늦게 종부세 세율을 올리고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겠다고 하니, 상위 극소수만 세금이 늘어나는데도 부동산 부자들과 언론이 다시 발끈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인들이 주로 부동산 부자와 유주택자들을 만나고, 무주택자를 상대할 기회는 적다보니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 비대칭이 심각하다"면서 "젊은 기자들이라도 무주택자 심정이나 고충을 더 적극 보도해 여론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폭탄 #부동산보유세 #종부세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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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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