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버스여행 시켜주는 고마운 이파리(282번 버스 애칭)출퇴근 버스에게 애칭을 정해줬다. 푸릇푸릇 이파리
김태리
우선 출근길의 루틴은 이렇다. 친절하고도 똑똑한 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어디쯤 있는지 확인을 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매일 거의 정확하게 도착하는 282번 버스에 기분 좋게 몸을 싣는다.
최대한 편한 자세로 널브러져야 하기에 2자리가 연속해서 빈자리를 찾아 안전띠를 꼭 하고, 최대한 편한 자세를 찾아 취한다(서귀포시→제주시, 다행히 특별한 날 아니고서는 보통 앉아가는 편이다).
두 번째 스텝은 밤 사이 올라온 SNS 속 이웃들 소식 둘러보기. 그리고 내 소식도 한 장 업로드 하며 안부 전하기.
세 번째 스텝은 전자책 어플을 열어 오디오북을 연다. 장르도 주제도 그날 그날 당기는 카테고리로 들어가 부담없이 클릭해 열어준다. 혼자인 듯 혼자 아닌 듯 좋은 목소리로 읽어주는 책과 함께 '버스 출근길이 꽤나 효율적이야'라고 뿌듯해하며 처음엔 열심히 귀 기울이고, 중간부터는 깊은 잠 속으로 갑자기 들어간다(책은 잘못이 없다. 아침이라 졸릴 뿐).
그리고는 최첨단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의 한 정거장 알람에 깜짝 놀라 눈을 뜬다. 버스 벨을 누르고, 회사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착지한다. 작은 여행을 마친 터라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다.
스무 걸음쯤 걸어 아메리카노는 진한 원두로 따뜻하게, 포장 구매로 주문하고, 커피와 함께 8층 사무실을 두 계단씩 걸어 올라간다.
▲ 매일 보는 풍경도 선물이 된다. ⓒ 김태리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회사가 가까워져 갈수록 막히는 교통체증과 주차 눈치 게임으로부터 해방되고, 정확한 시간에 나를 하차시켜주기까지 해 하루하루가 상쾌하다.
그리고 퇴근길 버스 여행의 루틴은 이렇다. 아침과 같은 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버스 타이밍에 맞춰 엘리베이터를 잡고, 정확히 탑승한다. 탑승 성공의 기쁨과 함께 꿀잠을 시작한다. 애플리케이션의 친절한 알람으로 제때 잘 내린다.
평일마다 나는 하루 두 번 작은 여행을 한다. 운전하면 놓치기 쉬운 바깥 풍경을 자유로이 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버스 안 나만의 루틴을 차곡차곡 밟아가는 재미도 이 작은 여행의 참맛이다.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출퇴근길일 수 있겠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고, 아예 시간을 앞당겨 그 안에 '여유'를 조금 넣어주면 어떨까. 월요병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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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 신이나서 부지런해지는 게으름쟁이 '미스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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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82번 버스를 탑니다, 출퇴근 뷰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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