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 1. 26. 미 공군 폭격기들이 한반도에 무차별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NARA / 눈빛출판사
6.25전쟁 기억
5월이 신록의 달이라면 6월은 진초록의 달이다. 이즈음 온 산하가 싱그러운 초록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이라는 노랫말처럼, 여섯 살 때 겪은 무서웠던 '6.25전쟁'의 달로 기억에 남아있다.
2004년 2월 2일, 나는 재미동포 주태상씨의 안내로 권중희 선생과 함께 미국 메릴랜드주 칼리지파크에 있는 미국 국립문서관리청에 갔다. 그때 거기 5층 사진자료실에서 'Korean War'라는 사진집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진집을 펼치자 어린 시절의 희미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하늘에서 미 공군 B-29 폭격기의 요란한 굉음과 우박처럼 폭탄이 쏟아졌다. 피란지 토굴 속에서 멀리서 가까이서 들려오는 대포 소리와 기관총 소리 등으로 귀청이 멍멍했다. 논이나 밭, 들길에는 뽕나무 채반에 누에처럼 널브러진 시체들, 전투기들의 융단폭격으로 온전한 건물 하나 없이 온통 폭삭 주저앉은 도시와 마을 등 이런 장면들이 또렷하게 또는 희미하게 여태 내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이미지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