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엄천강 운서보 소수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9일 아침 하천에 수위가 급격히 떨어졌다.
최상두
"(엄천강의) 하천 수위를 봐 가면서 소수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데, 어제는 멈추는 시기를 놓쳤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 '운서보' 소수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하천 수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함양군청 담당자가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가동으로 농사용 물을 많이 사용하는 농번기에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고,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데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9일 오전 6시 전후 소수력발전소가 있는 엄천강 상류 쪽에 수위가 기존보다 1m 정도 낮아졌다. 그 결과 강 바닥이 보이고 농수로 쪽에도 물이 줄어 들었다.
엄천강은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는 강이다. 특히 이곳에는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와 남생이(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1급), 꼬치동자개, 수수미꾸리 등 각종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한 주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강을 보니 수위가 많이 내려가 있었고, 강 바닥이 드러날 정도였다"며 "주변을 돌아보니 죽은 어류도 일부 있었다"고 했다. 수위가 낮아져 일부 수수미꾸리는 말라 죽기도 했다.
그는 "특히 지금은 농번기이고, 모내기를 하기도 해서 논에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며 "그런데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위를 낮춰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소수력발전소는 최근 야간에 가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소수력발전소가 하천 수위에 영향을 미치기에 '환경 변화 실태조사'를 거친 뒤에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관련해 함양군청 관계자는 "하천에 물이 많지 않다. 수위를 봐 가면서 소수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데, 멈추는 시간 조절을 놓쳤다"며 "당분간 가동을 하지 않고 앞으로는 하천 수위를 봐가면서 할 예정이다"고 했다.
그는 "어제 가동을 했고, 오늘 오전 6시 30분경 멈추었다"며 "이번에 수위가 낮아지면서 죽은 어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곳 소수력발전소는 함양군이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을 통해 설치되었고, 2015년부터 부정기적으로 가동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