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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사원' 부인한 삼성중공업 전무, 위증죄 유죄

창원지법 통영지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 이만신 해고무효소송 관련

등록 2021.06.09 15:59수정 2021.06.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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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 해고자 이만신씨가 9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앞에 서 있다.
삼성SDI 해고자 이만신씨가 9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앞에 서 있다.윤성효
  
삼성SDI 해고자 관련 재판에서 판사를 '기망'한 혐의로 삼성중공업 간부가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1단독 김창용 판사는 9일 오후 위증죄 혐의로 기소된 임봉석(58) 삼성중공업 전무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지난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임 전무에게 징역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임 전무는 구속은 피했지만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그는 삼성SDI에 다니다 해고된 이만신(57)씨의 해고무효확인소송(항소심)에서 2015년 6월 법정 증언했다. 이만신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2016년 4월 확정되었다.

삼성SDI 인사개발팀 차장과 상무를 지낸 임 전무는 법정에서 'MJ(문제) 사원'이라는 단어 사용 등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2019년 말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재판 과정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작성한 '삼성 노조 와해' 문건이 나왔고, 이 문건에서 이만신씨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이에 이만신씨는 임 전무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김창용 판사는 "피고인(임봉석)과 변호사는 관련 사건(이만신씨 해고) 진술에 대해 주관적 평가의 의견 개진에 불가하고, 허위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검사의 증거 자료 등 사실을 종합해 보면, 회사 내 인사팀에서 '문제 사원'을 뜻하는 'MJ'라는 단어를 내부적으로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판사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관련 사건 증언 당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비공식적으로도 사용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이는 허위 진술이 상당하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문건 등과 관련해, 김 판사는 "2002년 '노사 현황 문건'과 '대외비 문건', '내부 전략 문서' 등에 보면 'MJ'가 기재되어 있다"고 했다.

임봉석 전무에 대해, 김 판사는 "1990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하면서 인사 부서에 재직했고, 이후 삼성SDI 인력개발팀 차장으로 있었다"며 "문건 내용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일반적인 경험칙으로 보면 맞다"고 했다.


김 판사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직원들도 'MJ'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진술했고, 그 직원들이 추측으로 진술했다고 치부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판사는 "단순한 주관적 의견 진술이라 하나, 증언의 전후 문맥과 단어를 종합해 보면, 회사 내부에서 'MJ'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인식했고, (법정에서) 자체 질문에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모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판사는 "회사 인사 부서에 오랫동안 재직했고, '대외비 관리 문서'에 'MJ'가 사용되었으며, 'MJ 사원 현황 파악'이라든지 'MJ 최소화' 등 문구가 있다"며 "모두 유죄로 인증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창용 판사는 "위증죄는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게 하고, 국가 사법정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 강하게 혐의를 부인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법정에는 이만신씨와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함께 나와 지켜보기도 했다. 이씨와 김 위원장은 재판 전 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선고 전 법정 앞에서 임 전무를 만난 이만신씨는 그에게 "10년 넘게 해고됐다. 삼성이 그렇게 힘이 세나. 왜 아직도 사과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선고 뒤 이씨는 "당연히 법정 구속될 거라 봤지만, 검찰 구형보다 높은 선고가 내려졌다"며 "끝까지 삼성의 잘못을 파헤칠 것"이라고 했다.

김경습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전무가 법정에서 판사를 기망한 것이다. 삼성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삼성은 이런 임원을 바로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9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9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윤성효
#삼성SDI #삼성중공업 #창원지법 통영지원 #이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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