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게임스탑의 주가 차트.
CBC 뉴스 화면 캡처
반면 밈 주식 현상을 단순한 거품 형성으로만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내재가치 낮은 기업을 콕 집어 공략한 데는 명확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는 것입니다. '헤지펀드들에 대한 복수'가 그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1월에 벌어졌던 밈 주식 투자 광풍, 이른 바 '게임스탑 사태'가 진행되던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킨 헤지펀드에 복수하자'며 의기투합했습니다. 20·30대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헤지펀드의 공매도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졌고, 그로 인해 가정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했다며 성토했습니다.
헤지펀드들에게 '쓴 맛'을 보여주기 위해 투자자들은 그들이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비싸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판단하면 주식을 공매도합니다. 이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벌고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돈을 잃게 됩니다.
또 주식을 남에게 빌려 시장에서 미리 팔고, 이후 다시 사들여 주식을 꿔준 이에게 갚는 구조상,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되갚을 주식 물량을 확보할 목적으로 공매도한 종목을 다시 사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숏스퀴즈(short squeeze)가 발생하게 되고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안 투자자들은 지난 1월 멜빈 캐피털, 시트론 리서치 등 헤지펀드를 상대로 게임스탑 주식을 놓고 '주가 전투'를 벌여 주가를 높여 헤지펀드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는 지난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글을 싣고 "투자자들이 레딧을 통해 '스마트'하게 투자 환경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그 역동성은 10년 전 아랍의 봄을 떠올리게 한다"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헤지펀드에 맞서 싸운 사건을, 2010년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중동 국가로 번진 반정부 ·민주화 시위 운동에 비유한 것입니다.
부메랑?
하지만 헤지펀드들과의 전쟁으로 시작된 밈 주식 투자 열풍이 투자자들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1900년대 초, 자동차 회사 스터츠 모터(Stutz Motor Car Co.)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투자자와 공매도 세력 사이의 혈투처럼 말입니다.
스터츠 모터의 대표였던 앨런 A. 라이언은 1919년 당시 몇 달 만에 회사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 대해 '공매도 세력'을 원인으로 지목한 뒤 이들과의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시장이 약세장이기도 했지만 공매도 세력으로 더 크게 떨어졌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100만 달러를 빌려 스터츠 모터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2월 110달러였던 주가는 한 달 만에 245달러로 두 배 이상 급증했고 3월 마지막 주엔 391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공매도 세력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라이언이 물러서리라고 보고 시중에 풀린 스터츠 모터 주식보다 더 많은 양을 공매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언이 결국 유통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그의 승리로 싸움이 끝이 났고, 공매도 세력은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라이언과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라이언과 공매도 세력은 결국 주당 550달러를 지불하기로 협상을 매듭지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은행에 큰 빚을 지고 스터츠 모터의 주식 또한 거래 정지되면서 라이언은 결국 손실을 복구하지 못하고 파산하게 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주식의 주가를 올리려고 담합한 행위가 불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온라인에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 주가가 급등한 AMC 등 밈 주식에 대해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는 등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SEC는 지난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특정 주식들의 지속적인 변동성을 고려해 시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장 교란, 시세 조작 등 기타 위법 행위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밈 주식 가격이 암호화폐와 같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밈 주식을 사들였다가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염두해 둬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아 개인 투자자들의 타겟이 된 종목의 경우 숏스퀴즈로 인해 주가가 단기에 폭등하더라도 결국은 제자리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CNBC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AMC를 비롯한 밈 주식 종목들에 "투기로 인한 거품이 커졌다"라며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작용하면서 향후 큰 폭의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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