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의 상징 천년 화담송화담숲은 구본무 회장의 호인 화담을 따서 만든 것으로 생전 구회장이 아끼고 가꿨던 숲으로 알려졌다.
운민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매진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분명 평범한 여느 수목원과 다른 확실한 매력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30분의 기다림 끝에 화담숲 내부로 입장한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천년 화담송이라 불리는 거대한 소나무와 함께 화담숲이라 적힌 비석이 나타난다. 화담숲은 엘지그룹 3대 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에 의해 만들어진 수목원이다(곤지암 리조트도 엘지 산하 그룹에서 관리한다).
숲의 명칭이 된 화담(和談)은 "마음을 터놓고 정답게 얘기하자"라는 뜻으로 구본무 회장의 호이기도 하다. 구본무 회장은 생전에 화담숲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수행원 한 명만 동행한 채 전자 가위를 들고 수목원을 누볐을 정도로 화담숲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화담숲 인근에 수목장을 치러서 안장되었다고 하니 보통 숲이 아닌 것이다.
드넓은 화담숲을 둘러보는 방법으론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둘러보는 방법이 있고 모노레일을 타고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지켜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중간에 내려서 모노레일과 산책을 번갈아 즐길 수도 있는데 난 둘 다 체험해 보기로 했다.
천년 화담송을 지나 자연생태관(현재 코로나로 휴관) 쪽으로 내려오면 앞에는 연못이 펼쳐지면서 그 끝에는 한옥 두 채가 서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라 신선한 충격이 드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멍을 때리면서 한동안 이 자리에 있기로 했다. 그러기를 30분 동안 하니 몸과 마음에 자리 잡았던 묵은 때가 쑥 내려가는 듯하다.
이제 왼편으로 관람동선을 따라 올라가면 모노레일 1 승강장이 나오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이끼원이 펼쳐져 있다. 화담숲은 전체적인 동선이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일방통행길로 되어있지만 데크가 잘 갖춰져 있어 유모차, 휠체어도 지나갈 수 있다. 즉 노약자나 장애인도 산책할 수 있을 만큼 조성이 잘 되었다는 것이다.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동안 이끼원을 거니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하기로 했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다양한 이끼가 산비탈을 따라 드넓게 자라고 있는데 내가 알기론 이끼를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