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 tvn
옛날 90년대 오락실 죽돌이 시절, 돈이 없어서 오락실 기판 앞에 앉아서 손가락만 빨던 적이 있었다. 기계에 몇 초간 코인이 안 들어오면 홍보용으로 데모화면이 뜨는데, 순진했던 나는 게임이 시작된 줄 알고 기뻐하면서 데모게임 영상에 맞춰 열심히 버튼을 두드리곤 했다.
그러나 다시 타이틀 화면이 뜨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한 번 그 맛보기 게임 영상이 나오길 간절히 빌면서 스타트 버튼을 연타했다. 그렇게 게임데모 기우제를 지내다가 어깨 위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내심 엄마의 습격인가 하며, 침 한번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근데 웬일? 지저분한 수염의 오락실 주인 아저씨가 50원짜리를 내 손에 쥐여 주고 말없이 카운터로 가셨다.
▲ 스파르탄X보다 우리에게 이소룡게임으로 더 익숙한 게임 ⓒ irem
그렇게 진짜로 `이소룡(스파르탄X)` 한판하고 카운터에 꾸벅 인사하고 집에 왔다. 그때 그아저씨의 은혜를 입은 후, 내 장래희망 리스트에는 오락실 주인이 항상 꼭대기를 차지했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장의 성지인 노량진 정인 오락실도 망하고 이제는 내 어릴적 무지개와도 같았던 그 꿈도 점차 희미해졌다. 심심한 지하철 퇴근길에 켰던 어플의 알고리즘이 건넨 영상 '매일 전시용 게임하러 오는 아이'를 보니, 그때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50원을 주셨던 그 아저씨의 미소가 아련히 떠오른다.
▲ 매일 전시용 게임하러 매장에 오는 아이에게 '직원들이 내린 조치' ⓒ 포크포크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