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언론노조 SBS 본부장
정형택
전임 본부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으로 가면서 치러진 언론노조 SBS본부장 선거에서 정형택 기자가 당선되었다. SBS본부 제17대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경선으로 치러진 17대 SBS본부장 보궐선거 결과 기호 2번 정형택 후보가 득표율 58.32%(529표)를 얻어 41.68%(378표)를 얻은 기호 1번 손범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2003년 기자로 SBS에 입사한 정형택 본부장은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을 거쳐 뉴미디어국 비디오머그팀장, 보도국 서울지방경찰청 취재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보도국 뉴스제작팀 차장으로 있다. 당선 소감과 임기 10개월 동안의 계획이 궁금해 지난 23일 정 본부장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형택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17대 SBS 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소감 먼저 부탁드립니다.
"소감을 말씀드리면 막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요. 보궐선거다 보니 임기가 10개월 정도 되는데 짧은 임기 동안에 해결해야 될 난제들이 많아서 노조 전임자들을 비롯한 전체 조합원 여러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 나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후보 공고 네 차례 만에 하신 거잖아요. 처음엔 생각이 없었는지 아니면 고민이었어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노조 위원장이라는 종사자의 대표는 꼭 있어야 할 자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고 그 자리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근데 다만 그 자리에 제가 걸맞은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망설이는 기간이 길었고요. 근데 결심했고 조합원들 선택을 받은 만큼 그 자리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 가장 고민이었던 건 뭔가요?
"아무래도 지금 SBS 노사관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잖아요. 10.13 합의 깨지면서 경영진 임명동의제도 지켜야 할 가치고 노조추천 사외이사 제도도 지키고 싶은 상황에서 회사와의 어려운 협상을 해나가야 할 텐데 잘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깊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나 (고민의 시간 동안) 여러분 만나면서 종사자 대표라고 하지만 같은 위치에서 다른 동료들, 노조 전임자분도 계시고 또 다른 동료 조합원분들이 본부장 곁을 지켜줄 거라는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걱정을 덜고 출마라는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선거기간 중 노조 조합원들 만나보셨을 텐데 요구는 뭐였어요?
"아무래도 경선 기간 만나는 조합원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해서 또 코로나 때문에 직능별 간담회 등을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요. 제가 조합원들이 근무하고 계시는 일터나 현장에 가서 출마하게 된 이유, 당선이 된다면 조합을 어떻게 이끌어갈 건지에 대한 것들을 설명하는 시간 위주로 가졌고요.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얘기해 주신 다양한 것이 있는데 공통된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은 잘 지키면서도 노사관계가 서로 불신하는 상태를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 첫 번째 공약으로 노사관계의 재구성을 내세우셨던데 현재 노사관계가 어떤 상태인가요?
"올 초에 경영진 임명동의제하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가 핵심인 지난 2017년 10.13 합의의 폐기를 들고나왔습니다. 당시엔 10.13 합의의 구속력을 위해서 2018년 단협에 임명동의제 내용까지 담았었는데요. 사측이 10.13 합의 파기를 통고했고 노조가 반대하니까 지난 4월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한 단체협약을 볼모로 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10월 1일까지 단협이 새로 체결되지 않으면 본부 초유의 무단협 상태가 되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진행 과정에서 노사 간 관계는 불신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파악하고 있었고요.
전임 노조 위원장이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가시게 되고 종사자 대표가 공석 상태가 되는 기간도 생기고 선거가 미뤄지는 과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신뢰가 깨지다 보니 종사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만나는 자리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도 노사관계 재구성이었고요. 공약대로 취임하고 이틀째 되는 날 바로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측과 만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등 돌렸던 노사가 적어도 마주 보는 상황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노사가 대화 창구 열어놓고 협상하자는 데 의견 접근"
- 단협 파기했는데 복원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그 가치를 지키는 게 노동조합 최고의 우선 목표인 거죠. 10.13 합의에 담긴 가치는 소유경영의 분리, 공정방송, 방송의 독립성 등이거든요. 이건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서 지켜내고 싶은 게 조합의 생각입니다. 다만 사측이 반대하고 노조가 꼭 해야겠다고 하면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걸 물으시는 거 같은데 만약 그런 걸 지켜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사측이 그걸 책임 있게 제시해야 될 거고요.
소유 경영 분리, 공정방송,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다고 사측이 생각한다면 10.13 합의를 파기한 쪽에서 그 대안을 제시해야 될 거고 그 회사가 내놓은 대안들이 아까 말씀드린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이 된다면 새로운 합의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그럼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신 가요?
"결국에는 조합원들의 단일된 힘이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또 이제 보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10.13 합의라는 건 노사 간 합의이기도 하지만 2017년에 방통위에 이행을 준수하겠다고 사회적으로 그리고 규제 기관에 한 약속이고 확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통위를 통한 압박도 할 거고요. 조합원들 간의 단일된 힘으로 회사와 협상하거나 싸울 때 가열차게 투쟁하려고 합니다."
- 혹시 언제까지 하겠다는 기간을 정해 놓은 게 있나요?
"제가 출마할 때 밝혔던 것처럼 노조가 목표로 하는 시간이라기보다 물리적인 시간표가 있습니다. 방통위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 회사로부터 SBS의 재무 건전성 악화가 이뤄지거나 미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재투자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게 6월이고요. 그걸 근거해서 최종 승인이 나오는 게 9월 정도로 예상되는 물리적 시간표가 있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회사가 단협 폐기 통보한 게 4월이기 때문에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거 역시도 9월 말까지는 새로운 단협을 체결해야 하고, 또 새로운 단협에 아까 말씀드린 10.13 합의 이런 게 포함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 9월 말까지 3개월 남은 건데 짧지 않을까요?
"많은 논의를 하기에는 짧다고 볼 수도 있는데 사실은 결심이 문제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미 과거에 노사가 합의했던 내용이기 때문에 노조가 생각하기에 사측은 못 받을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사측 역시도 무단협으로 가는 초유의 상황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번 등기 이사 3명하고 만났을 때도 노사가 대화의 창구는 열어놓고 협상하자는 데에는 서로 의견 접근한 거 같아요.
말씀하신 거처럼 어려운 문제들인데 3개월 안에 할 수 있겠냐 하셨지만, 시간을 각별하게 써야 할 거고요. 3개월 안에 못 해내면 무단협 상태가 되는 거니까 그 이후를 가정하고 싶진 않지만 말씀하신 거처럼 3개월 안에 그런 것들을 못 이뤄낸다고 하면 그 이후에는 다른 형태의 협상이 되든 투쟁이 되든 다른 방식의 싸움과 협상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 상황은 피하면 좋겠는 게 노조 집행부의 생각이고요."
- 공약에 SBS 미래발전협의제 정례화라는 게 있는데 어떤 건가요?
"SBS 미디어 홀딩스와 TY 홀딩스가 합병하면서 SBS의 최고액 출자자가 바뀌게 됩니다. 이런 지배구조 개편이 SBS 재무 건전성 부실이나 미래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방통위가 종사자 대표와 협의하라고 하면서 사전 승인 조건을 부과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재허가 심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방통위 재허가 조건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이달 말까지 그 방안을 마련해서 방통위에 제출하는 게 조건으로 부과가 되어 있습니다. SBS 미래 발전을 위한 노사 공동 협의체라는 게 만들어져서 제가 출마하기 전부터 있어서 열 차례 넘는 협의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노조가 판단하기에는 사측이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논의를 이어갈 필요성은 현실적으로 남아 있고요.
특히 미디어 산업이 급변하고 있고 미디어 빅뱅이라는 말도 많이 나오는데 SBS 콘텐츠의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투자계획 방안이 필요할 거고, 거기에서 당연히 일터에 대한 걱정을 하는 종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논의하는 미래발전 협의체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판단해서 공약에 반영했습니다."
"연임 문제는 생각해 본 적 없다"
- 2030 특위를 신설하겠다는 것도 눈에 띄던데.
"다양한 조합원의 생각을 듣겠다는 취지의 일환으로 2030 특위 신설을 공약했습니다. 노조에서 보면 정기대의원대회 상무집행위원회, 직능단체 연석회의, 조합원 간담회 등을 통해서 총회라는 수단도 있고요. 조합원들과 소통 창구는 열려 있는데 아무래도 2030 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회사에서 경험이 적고 연차가 적다 보니까 조합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조합 운영에 대해서 발언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 현실을 좀 바꿔 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2030세대 조합원과 간담회 하는 거보다는 오히려 의견 수렴하는 과정도 2030 특위 위원장이 하면 청년 조합원들이 조합에 바라는 게 뭔지 그리고 이들이 생각하는 복지는 기성 조합원들하고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세대 구성도 바뀌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속에서 이들이 생각하는 복지도 좀 달라질 것 같았기 때문에 당사자 의견을 같은 세대 특위 위원장이 직접 들어서 소통하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라는 취지였습니다."
- 육아휴직에 대한 공약도 있던데.
"출마를 준비하면서 조합원들에 대한 의견들을 들으면서 공약을 점검하게 되잖아요. 근데 현재 SBS 육아 휴직 관련된 것들은 법대로만 되어 있습니다. 육아 휴직 기간은 1년이고요. 쓸 수 있는 것도 자녀가 만 8세 될 때까지 법에서 보장된 걸 하고 있는데 MBC나 KBS 같은 경우에는 노사 합의를 통해서 그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2년까지도 연장하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걸 조합원께서 요구해 주셨고 만 8세라는 것도 노사가 합의한다고 하면 좀 더 쓸 수 있는 기간을 만 9세든 10세든 늘릴 수 있지 않냐는 차원이었거든요.
다만 그런 조합원들 이해와 회사의 인력 운영에 문제가 있을 테니까 그것들을 좀 합의해 나가는 과정 그래서 육아휴직 기간의 합리화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유급 휴직 기간 늘리는 방안 그리고 쓸 수 있는 자녀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갖고 사측과 협의를 해나가서 육아 양육을 위해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들을 관철해 나갈 계획입니다."
- 보궐선거라서 잔여임기인데 공약 지키기엔 짧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실은 공약을 보면 많은 것들을 새롭게 하겠다는 공약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복지 측면 같은 것과 2030 특위 신설이 새롭게 해낼 것들이고요. 그 외의 것들은 노사 신뢰 회복을 통한 회사로 인해 파기된 합의를 복원시키고 단협과 임협을 해나가는 일인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제가 약속드린 것들은 임기 내에 그런 것들이 순차적으로 잘 이뤄낸다고 하면 짧지만 말씀드린 약속들은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혹시 연임에 대한 생각도 있나요?
"연임에 대한 문제는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의 노조 현안이 너무 크고 이렇게 될 경우 아까 말씀드린 거처럼 무단협 상황, 노사관계의 적대적 상황을 당장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걸 위해서는 있어야 되는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됐던 거고요.
지금 바람은 제가 임기를 마칠 때는 제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다 지켜내서 내년 4월 새로운 조합원 대표를 뽑는 선거에는 노사관계가 정상화가 되었을 테니 그때는 더 많은 훌륭한 후보들이 선거에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10개월 노조 어떻게 이끄실 계획이세요?
"가능한 조합원들의 많은 생각들을 듣고 조합원들의 의견들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려고 합니다. 정기대의원대회, 상무집행위원회 등을 통해서 노조 투쟁 방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또 단순히 집행부 의견을 전달해 드리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노조의 대응 수위 투쟁 방향 정책 기조 이런 걸 충분히 듣고 실행하는데 있어서 반영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느끼고 계시는 여러 걱정 우려를 반영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내면서 조합원이 동의 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이길 수 있는 투쟁 방안을 함께 고민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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