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텃밭 작물텃밭을 가꾸면서 풀 뽑기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돌아서면 풀이 나고~
서경숙
지인은 일주일에 2~3일은 노부모와 동생네 땅에 농사를 지으러 간다. 처음에는 작은 평수에서 시작했다. 동생네 시댁의 넓은 땅이 놀고 있다는 소리와 부모님들의 욕심에 농사 규모가 커졌다.
여름 채소들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밭으로 출발해서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5시간 이상 앉아서 풀 메고 땅 파고 씨 뿌리고... 지인은 텃밭 농사를 그만하고 싶은데, 노부모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준다며 차로 모시고 가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
주말 운동을 다니면서 그렇게 힘들게 농사짓는 이야기를 수다로 들었기 때문에 그가 한 번씩 가져다주는 채소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우리 같이 글 쓰고 책 읽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카시아 꽃 피는 것을 보면 달달하고 향긋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농사짓는 지인은 "언니 아카시아 꽃 필 때는 콩 심어야 해" 이런 소리를 한다. 웃음이 나오고 '농사꾼이 다 되었네' 하고 생각하게 된다.
힘들게 농사지은 채소를 받았으니, 저 고구마순으로 무엇을 할까. 삶아서 나물을 해 먹을까? 된장에 멸치 넣고 자글자글 지져 먹을까? 아니다. 김치를 담가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