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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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계속 우는 듯 하였으나 점차 울음이 멈추었고 원장의 싸늘한 말투에 담임교사의 달래는 목소리도 어느덧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했던 원장의 교육자로서의 자질과 성품이 심히 의심스러웠고 마음의 동요가 오기 시작하였다. 당시 아이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야하나 생각하다가 일단 나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혼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후 우연처럼 어린이집 원장과 어느 엄마와의 갈등 상황을 듣게되었다. 그 이야기는 나의 생각과 고민에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제시해주었고 결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엄마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자녀가 바깥놀이를 가서 자주 대소변을 본다는 이유로 원장은 아이가 듣는 앞에서 수치스러운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점심 식사 시 음식을 가리거나 먹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교실이 아닌 거실에서 홀로 점심을 먹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 아이의 엄마는 화가 나서 원장과 다투었고 아이는 그렇게 어린이집을 관두었다고 했다. 나 역시 이내 내 아이를 그 어린이집에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
주변 아이에 대한 달라진 시선
요즘 나는 유치원생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는 길에서 예전과 확연히 다른 시선으로 주변의 아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온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정인이 사건' 이후로 더욱 그렇다. 정인이 또래의 아기를 보면 지금까지도 정인이의 생전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겁게 짓눌리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길을 지나는 모든 어린 아이들을 이제는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이들의 모습에서 특별한 징후는 없는지 단단히 살피며, 필요하면 용기를 내어 신고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러나 과연 내가 주변인으로서 현실적인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그것들을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어렵고 자신이 없다.
<금쪽수업>에 출연한 이수정 교수는 마지막 당부로, '내 아이 뿐 아니라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눈길과 손길을 주라'고 말하였다. 오전 산책 시간에도 예의주시하는 광경이 있다. 오전 산책을 나온 어린이집 선생님과 아주 어려보이는 아이들 무리가 종종 보인다.
어린이집의 선생님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저 아이들은 괜찮을까,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일 때, 나의 자녀들은 과연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