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함(자료사진).
연합뉴스
아프리카 아덴만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군 당국이 청해부대에 대한 방역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9일,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각) 기준 청해부대 34진 승조원 179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68명을 포함해 누적 확진자가 모두 247명이 됐다고 밝혔다. 전체 승조원 301명의 82.1%가 감염된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나머지 50명은 음성, 4명은 '판정 불가'로 통보받았다.
승조원 전원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고, 감염에 취약한 선내 환경과 잠복기를 감안한다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상 초유의 군 집단 감염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장병들이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파병된 것과 관련, 군 장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8일 출항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군에서는 지난 3월 3일 16개 군병원 의료진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 바 있다.
국방부는 지난 5월 말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한국에 지원한 얀센 백신을 해외 파병부대에 공급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얀센 백신 역시 질병청에서 30세 이상만 접종하도록 접종연령 제한을 둠에 따라 전체 인원 접종을 할 수 없는 제한사항이 있었다"며 "얀센 백신을 해외로 보낼 경우 별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대 지휘부의 안이한 상황 판단 비판 나와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청해부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배경에는 부대 지휘부가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태 초기 코로나19 유증상자가 나왔음에도 단순 감기약을 처방하는 데 그쳤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이검사로 초기 음성 판정이 나오자 추가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무대왕함은 지난 6월 28일~7월 1일까지 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했고, 지난 2일 처음으로 감기 증상자가 나왔다. 하지만 부대는 간이검사(신속항체검사)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고, 해당자에게 감기약만 투여했다. 단순한 감기로 오판하고 합참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함내에서 감기 환자가 속출하자 부대는 8일 뒤인 지난 10일 감기 증세를 보이는 40여 명에 대해 간이검사를 했다. 간이 검사 대상자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자, 부대는 별다른 격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
부대는 13일에야 승조원 6명의 검체를 선별해 진단검사를 실시했는데, 이번에는 모두 양성 판정이 나왔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지휘부가 유증상자 80명을 격리했지만, 이미 때를 놓쳐버린 뒤였다.
청해부대원 전원, 이르면 20일 오후 귀국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