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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숨 구한 개들이 한 곳에, 괜히 숙연해지는 곳

임실 오수 의견공원의 연못과 정원, 안심 걷기길을 소개합니다

등록 2021.08.02 13:32수정 2021.08.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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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IC에서 전주 남원 간 17번 국도로 진입하여, 남원 방향으로 700m쯤 주행하다가 남악교차로에서 우회전하고, 300m쯤 이동하면 오수 의견공원에 도착한다. '벼 자라는 소리에 개들이 짖는다'는 입추 절기를 일주일 앞둔 8월 1일, 오수 의견공원의 명견 동상을 찾아가 보았다.

지명 '오수(獒樹)'는 신라 말기의 '들불에서 주인을 구한 개' 설화에서 유래한다. 이 설화의 근거가 되는 민속자료는 오수 원동산(園東山)에 있는 의견비(義犬碑)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쳐 교통과 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역참 오수역(獒樹驛)의 이름이 이 설화에서 유래한다. 고려 시대 13세기 중엽의 패관문학집인 '보한집'에 '오수 의견 설화'가 채록되어 있다. 이 설화는 보은 설화로서 우리나라 여러 곳에 전승되는 충견 설화를 대표한다.
 
의견공원 오수개 오수개 설화는 우리나라 여러 곳에 전승되는 충견 설화를 대표한다.

의견공원 오수개 오수개 설화는 우리나라 여러 곳에 전승되는 충견 설화를 대표한다. ⓒ 이완우

 
오수개를 소재로 하는 관광지인 원동산, 의견공원, 의견관광지는 서로 가깝다. 의견공원과 의견관광지는 오수천을 사이에 두고 의견교(義犬橋)로 연결되어 있다. 이 의견교가 있는 상리(上里) 천변의 옛날 지형 어느 곳이 오수개 설화의 발상지로 추정된다.


의견교는 2004년 오수역 철도가 새 노선으로 이전하고, 옛 철교(鐵橋)가 있던 곳에 놓인 도로의 교량이다. 1930년대 초에 이 지역에 철도가 건설되었다. 선로 부설 공사 중에 오수천의 천변 모래밭에 묻혀있는 커다란 비석이 하나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현재의 오수 의견비 비석이다. 이 의견비가 1930년대 말에 지금의 원동산에 옮겨져 세워졌다. 오수 의견비가 땅에 묻혀 잊힌 세월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수 의견공원 이 의견공원의 주제는 여러 나라의 명견 동상 5기에 암시되어 있다.

오수 의견공원 이 의견공원의 주제는 여러 나라의 명견 동상 5기에 암시되어 있다. ⓒ 이완우

 
오수개 설화의 발상지 가까이에 오수 의견공원이 조성되었다. 이 공원에는 문화체육센터와 파크골프장 등 체육시설이 있고 숲과 산책로도 잘 마련되어 있다. 이 공원의 동북쪽으로 오수천변 가까이에 연못이 있는데, 이 공원 종합안내도에서 조감도처럼 연못의 모양을 살펴본다. 연못이 의견공원을 상징하는 듯 개의 형상이다.
 
의견공원 보비 이 개는 눈보라 비바람을 무릅쓰고 날마다 주인 무덤을 지켰다.

의견공원 보비 이 개는 눈보라 비바람을 무릅쓰고 날마다 주인 무덤을 지켰다. ⓒ 이완우

 
의견공원 배리 이 개는 알프스산맥에서 12년 동안 40여 명의 조난자를 구출하였다.

의견공원 배리 이 개는 알프스산맥에서 12년 동안 40여 명의 조난자를 구출하였다. ⓒ 이완우

 
이 의견공원의 주제는 여러 나라의 명견 동상 5기에 암시되어 있다. 연못은 가로 50m, 세로 100m의 아담한 크기로 동북쪽에 개의 머리, 남서쪽에 다리를 뻗은 모양이다. 연못 둘레는 메타세쿼이아 아래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대나무 숲과 소나무들이 사철 푸르다.

백일홍이 여름의 무더위를 이기고 분홍색의 생동감을 펼친다. 산수유와 진달래는 봄을 추억하고, 단풍나무는 가을의 풍경을 기약한다. 연못에는 수련이 피었고 마름이 여기저기 한가롭게 떴다. 사계절 다양한 색채를 연출하는 꽃동산이며 안심 걷기 길이 연못을 둘렀다.

이 지역 설화의 주인공인 오수개는 연못 중앙 서쪽에 서 있다. 이 개는 티베트 원산의 마스티프로 알려져 있다. 이 개는 신라시대에 이 지역 거령현에서 주인의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주인을 따라 외출하였다. 귀갓길에 주인이 이 의견공원 옆 오수천의 냇가 풀밭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그런데 들불이 일어나 주인 옆으로 다가왔다. 개는 냇물에 몸을 적셔 주인에게 다가오는 들불을 끄고 기진하여 쓰러져 죽었다. 주인이 깨어나서 애통해하며 개 무덤을 짓고 지팡이를 꽂아두었다. 이 지팡이가 자라 큰 느티나무가 되어 이 지역을 오수(獒樹)라고 불렀다.

연못 중간을 건너지르는 다리 중간에 영국의 보비가 앉아 있다. 이 개가 두 살 때 주인이 죽었는데, 이 개는 눈보라와 비바람도 무릅쓰고 날마다 주인 무덤을 지켰다. 주인과 같이 다니던 인근 카페에서 빵 부스러기를 얻어먹으며 연명했다. 십여 년을 이렇게 일편단심 지내다가 어느 날 주인 묘비에 머리를 기대어 죽었다. 사람들은 감동하여 주인 무덤에 나란히 묻어주었다. 1850년대였다.


연못 남서쪽에 스위스 알프스의 배리가 서 있다. 이 개는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세인트 버나드 수도원에서 1800년대에 활약한 구조견이었다. 몸집은 크지만 온화하고 성실한 성품이었다. 이 수도원은 험한 산길의 교통로에 위치해 통행자가 많았다. 이 개는 12년 동안 40여 명의 조난자를 구출하였다. 이 개는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소년 넬로와 참다운 우정을 나눈 파트라슈와 같은 종류다.
 
의견공원 발토 이 개는 눈보라를 뚫고 의약품을 운반해서 천여 명의 목숨을 구하였다

의견공원 발토 이 개는 눈보라를 뚫고 의약품을 운반해서 천여 명의 목숨을 구하였다 ⓒ 이완우

 
연못 안쪽 동북쪽에는 미국 알래스카의 발토가 한 소년과 나란히 서 있다. 1925년 1월에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디프테리아가 발생하여 많은 어린이가 사망하였다. 눈이 많이 쌓여 교통수단이 없었는데 이 개가 의약품을 운반하는 개썰매 팀의 리더로 활동했다. 1100km의 거리를 영하 50도의 눈보라를 뚫고 120시간 30분 동안 먹지도 쉬지도 않고 질주하여 의약품을 운반해서 천여 명의 목숨을 구하였다.
 
의견공원 하치코 이 개의 동상이 있는 시부야역 교차로는 만남의 약속 장소로 유명하다.

의견공원 하치코 이 개의 동상이 있는 시부야역 교차로는 만남의 약속 장소로 유명하다. ⓒ 이완우

 
연못 밖 동북쪽에 일본의 하치코가 앉아 있다. 이 개는 일본의 아키타견이다. 주인이 양육일지를 기록하며 이 개를 사랑했다. 주인이 출근하러 도쿄 시부야역으로 가면 역까지 배웅했다. 퇴근할 때는 역에서 기다리다가 같이 귀가했다. 주인이 갑자기 죽자 이 개는 2년 동안 매일 시부야역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1920년대 초였다. 시부야역 교차로에 이 개의 동상이 있는데, 만남의 약속 장소로 유명하다.

이렇게 발걸음을 멈추고 숙연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명견들을 오수 의견공원의 연못 둘레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산책하며 영원한 사랑과 헌신의 이야기를 음미하기 좋은 곳이다. 아담한 연못 둘레를 몇 번이고 돌아보면서 명견 동상에 이 명견들의 행적을 오버랩해 본다. 삶과 죽음을 넘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의미 있는 가치를 찾으며, 수평적인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생명 있는 존재들의 소통과 공감을 확인할 수 있다.


오수 의견공원에는 명견들의 혼불이 계절마다 변화하는 다채로운 풍경 속에 오롯이 변하지 않고 의연하다. 오수 의견공원을 둘러보고, 의견관광지와 원동산을 찾아가 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지역의 의견 관광지는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반려견과 함께 걷는 '안심 걷기 길'로 새롭게 알려졌다. 작가 최명희의 소설 '혼불' 배경 지역에 조성된 '혼불문학관'도 남쪽으로 7km 거리의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오수 의견공원 #명견 오수개 #의견공원 보비 #의견공원 배리 #의견공원 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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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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