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현아 SH사장 후보자. 다주택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그는 자진 사퇴했다.
연합뉴스
"노영민 비서실장은 (서울 반포의 집 대신) 청주의 집을 파는, 어처구니 없는, 정말 코미디와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2020년 7월 6일,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
지난해 7월 김현아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다주택 논란이 터져나온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노영민 실장이 서울 반포 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2주택일 때 싼 주택을 먼저 파는 것도 절세전략이긴 하다. 다 계획이 있으셨다"고 힐난했습니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맞물려 김 위원의 발언은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은 김현아 전 위원도 같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김 전 위원 역시 서울 강남과 부산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4채를 가진 다주택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자 논란에 대해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답하면서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이후 부산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서울 강남 아파트는 남겨두고 부산 아파트를 판다"며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었습니다. 김 전 의원 본인도 노영민 실장처럼 '절세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는 결국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공직자 1주택 기준 제시한 청와대
사실 공직자 1주택 기준을 처음 제시한 것은 청와대입니다. 지난 2019년 12월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와 맞물려 공직자 다주택 논란까지 불거지자 노영민 당시 비서실장은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이른 시일 내에 주택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직자 다주택 논란이 계속됐고, 노 실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은 이달 중 주택을 처분하라"고 강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실장이 서울 반포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판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은 것이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주택 1채만 남기고 모두 판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현아 전 위원이 속한 국민의힘은 이런 흐름에 동의하지도, 동참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주택자라고 해서 특별히 당내에서 불이익을 받은 인사도 없습니다. 어찌보면 김 전 위원의 입장에선 굳이 주택을 처분해야 할 필요가 없었던 셈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지자체장으로 있는 서울시의 공공기관 수장으로 내정될 당시에도 다주택 소유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주택 논란은 시의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불거졌고,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해야 했습니다. 이번 김현아 후보자 사퇴로 앞으로는 당적에 관계 없이 공공기관에 임명되는 고위공직자들은 '1주택자' 자격 충족 여부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여론의 관심이 '다주택 보유 공직자'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말 중요한 부동산 정책 문제가 가려질 수 있습니다. 다주택 공직자가 비판을 받게 된 이유도 "다주택·땅부자 공직자가 어떻게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택 정책을 입안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공직자 다주택 논란에만 매몰되는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앞뒤 맞지 않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