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번째로 입장하는 한국 선수단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2021.7.23
연합뉴스
선수들 걱정부터 앞섰다. 무관중 개최니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니 일각의 보이콧 목소리도 무리는 아니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 당시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등장해 도쿄올림픽을 홍보했던 아베 전 총리마저 개막식을 불참해 버렸으니 오죽했으랴. 일본 스가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연이은 헛발질과 불협화음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폭염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신음하던 국민의 근심을 날리게 해준 것은 역시 선수들이었다. 구태여 투혼을 강조하지 않아도 선수들의 투혼은 스스로 빛이 났다.
3관왕에 빛나는 여자양궁 안산 선수를 비롯한 금메달리스트뿐만이 아니었다. 1988년에도, 2021년에도 선수들은 일부 노장을 제외하곤 20대가 주축이요, 10대들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달랐다. 과거 소속 협회를 위해, 국민적 관심으로 인해 메달 경쟁에 부담을 갖고 주눅이 들었던 예전 그 선수들이 아니었다.
여자배구팀이 그랬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퇴출 및 부상 등 악재와 세계 12위란 비교 열세에도 '김연경 보유국'임을 자랑하듯 9년 만에 '4강 신화'를 다시 썼다. 이들은 주눅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
여타 종목도 마찬가지였다. 프로 선수들은 프로 선수대로, 실업팀 소속이나 10대 학생 선수들은 또 그들대로, 모든 선수들은 개개인의 노력의 결실과 그에 따른 성취감에 만족하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해 꼼짝없이 '방구석 1열'에서 시차 없이 중계를 만끽한 국민들이 이에 감동한 건 당연지사.
그 결과,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처럼, 기계체조 마루 류성현 선수처럼 결승 도전과 그에 도달하는 노력 자체에 의의를 부여하는 시선이 부각됐다. 4위를 차지한 선수들에게 '4위여도 괜찮다, 감사하다'는 반응이 쇄도했다. 자신을 이긴 결승전 상대에게 웃으며 '엄지척'을 전했던 태권도 이다빈 선수가 주목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경기 자체를 즐긴 국민도 다르지 않았다. 메달경쟁에 굳이 목맬 필요가 없어 보였다. 자기가 보고 싶은 종목의 중계를 온라인으로 찾아보고, 경기 자체에 집중하며, 응원하는 선수들을 향한 '팬질'에 몰두하기 바빴다. 선수들도, 국민들도, 20세기식 '국가주의' 올림픽을 강요받지도 함몰되지도 않은 결과였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스포츠지 등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 '노메달', '노골드'를 앞세우는 보도행태도 비교적 줄었다. 원인이 어찌됐든, 과거 신문 1면과 메인뉴스를 달궜던 종합 순위 집계도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