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도 강리도 류코쿠본
류코쿠대, 공개돤 이미지
1402년 조선에서 제작한 지도(강리도)를 1480년대 초반에 베껴그린 것이다. 교토 류코쿠대학 도서관에 소장돼 있어 류코쿠본이라 불린다. 바다로 둘러싸인 아프리카의 제 모습을 최초로 그린 지도이며 아울러 유럽이 그려진 최초의 아시아발 지도이기도 하다. 중국이 중심에 놓여 있고 한국은 굉장히 크다. 일본은 한반도 아래 쪽 멀리에 튕겨 놓았고 방위가 시계방향으로 90도 잘못 돌아가 있다. 전체적으로 당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우수한 세계지도로 평가받고 있다.
제리 브로턴은 위의 책에 이어 2014년에 출판한 <GREAT MAPS(위대한 지도들)>에서 강리도를 또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리 브로턴은 특히 아프리카 남단에 주목하면서 희망봉 일대의 해역이 정확히 그려진 것은 아시아인들이 유럽인들보다 훨씬 먼저 이 해역을 왕래한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짚는다.
이는 서양중심의 역사를 뒤짚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2019년에 출간된 <Toward a Global Middle Ages: Encountering the World through Illuminated Manuscripts(중세의 세계화)>( Bryan C. Keene편저)에서 중세의 기념비적 지도로서 강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가 흔히 '1402강리도(Kangnido)'라고 일컫는 지도는 대체로 류코쿠본을 가리킨다. 비단에 채색으로 그려져 있으며 크기가 163cm x150cm인 대형지도다. 지도의 상단에 '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혼일강리역대국도)'라는 긴 제목이 횡으로 적혀 있고, 하단에는 권근(權近, 1352~1409)의 후기(발문)가 적혀 있다. 여기엔 지도 제작 동기와 경위, 관련 인물, 활용한 지도, 개인적인 감상 등 매우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권근의 글은 그의 문집인 <양촌집(陽村集)>(세종조 발간, '양촌'은 권근의 호)에도 들어 있다. 강리도는 4개의 필사본 버전(모두 조선에서 제작됐지만, 현재 모두 일본에 소장)이 전해 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류코쿠본이다. 류코쿠본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기할 점은 1988년까지는 류코쿠본이 지도 명칭 및 하단에 실린 권근의 문장이 실린 유일한 버전이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판본들에는 지도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1988년 또 하나의 강리도가 나가사키현의 혼코지(本光寺)라는 고찰에서 발견됐다. 이 혼코지본의 상단과 하단에는 류코부본과 동일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러니까 제목과 후기가 적힌 강리도 하나가 더 출현 한 것이다.
두터운 종이에 그려진 혼코지본은 훨씬 크고, 더 많은 지리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크기가 276.8cm x219cm로서 류코쿠본의 약 2배 정도이다. 그야말로 '특대급' 지도인 셈이다. 근래에는 해외의 연구가들이 혼코지본을 소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제리 브로턴의 <위대한 지도들>도 혼코지본을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에 출판된 스미소니언의 <History of the World in 1000 Objects (1000개의 문물로 본 세계역사)>(2020)에서도 혼코지본이 소개돼 있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