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공원의 반려견 놀이터
박은지
사실 서울 전체에 세 군데이니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숫자지만, 대형견이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그나마도 감지덕지다. 여름이는 원래 일주일에 두 번은 이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하곤 했다. 주말에 한 번, 평일에도 수요일쯤 남편이 퇴근 후에 놀이터를 데리고 갔다.
다른 대형견들도 비슷한 주기로 놀이터를 찾는 듯 익숙한 얼굴들도 생겼다. 그렇게 산책 외에 두 번 정도 놀이터를 이용해 뛰어놀고 나면 여름이는 그다지 답답한 기색 없이 나머지 일주일을 평온하게 지냈다.
그런데 그런 루틴이 깨지게 된 것은 역시나 코로나 때문이었다. 반려견 놀이터는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오픈할지 모르는 채로 폐쇄되었고(참고로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운영 상황이 바뀌니 그때그때 확인해봐야 한다), 여름이도 전보다는 야외 활동을 자주 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애견카페 등이 있지만, 서울에서는 아무래도 대형견도 입장해서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주말에는 수도권 외곽에 있는 반려견 놀이터를 찾아가 이용하지만, 대형견에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생활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고 아쉬운 일이다.
개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먹고 자는 생존 요소뿐만이 아니다. 건강한 루틴으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과 보호자의 노력이 더해져야 우리 사회에서 대형견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반려동물로서 어우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원래도 그리 넓지 않은 생활 반경이 코로나로 더욱 좁아진 것이 한층 안타까운 이유다.
만약 대형견 보호자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대형견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결국 보호자 개개인이 그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채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보호자가 병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고 확진자 수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으면서 반려동물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자신이 부재한 상황을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부부는 대형견 한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만약 우리가 코로나에 걸려서 둘 다 집을 비우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양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떠나면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라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우리 아파트에서 고양이 집사끼리의 돌봄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어서 서로 집을 비울 일이 있으면 이웃끼리 고양이를 돌봐주곤 한다.
하지만 대형견 여름이는 어떨까. 여름이를 입양한 후로 우리는 해외여행 갈 때를 제외하면 여행을 가도 아예 여름이를 데리고 다녔다. 집을 비울 때 강아지는 동물병원이나 애견카페 등에서 호텔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대형견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일단 도심에서는 여름이를 맡길 곳이 별로 없다. 대형견 호텔링을 해주지 않는 곳이 많지 않기도 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오가며 보는 도심 속 시설은 대형견이 지내기에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며칠만 운동을 안 해도 에너지가 넘치는 대형견은 운동장이 있는 넓은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는 시설에 맡기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웬만하면 서울을 벗어나 여름이가 훈련을 받았던 시설에다 호텔링을 맡기는데, 구로에서 출발해 남양주나 양평 같은 곳에 여름이를 맡기고 인천 공항에 간 다음, 돌아오는 길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여름이를 픽업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