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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과 화상회의하던 대사 "빨리 뜨라는 우방국 메시지 왔다"

[아프간 사태] 급박했던 아프간 주재 한국 대사관 철수 순간

등록 2021.08.16 19:06수정 2021.08.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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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권우성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

정의용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간부들과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가 급박해지고 있는 상황을 놓고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상 건너편의 최 대사가 잠깐 멈칫 하더니 장관에게 보고를 했다. 우방국으로부터 '빨리 카불 공항으로 빠지라'는 메시지가 왔다는 것이었다.

회의를 급히 마무리한 정 장관은 최 대사와 잠시 상의한 뒤 "빠질 수 있으면 당장 빠지라"고 지시했다.

이후 대사관 측은 급히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들을 중동지역의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공관원들을 태운 비행기가 밤 9시 반을 전후해 카불을 출발하려다 공습 사이렌이 울려 되돌아오기도 했다

16일 오후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의 철수가 얼마나 긴박하게 이뤄졌는지 설명했다.


미국과 맺어둔 MOU가 공관원과 교민 철수 큰 도움

현지 공관원들은 대부분 철수했으나, 현재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에는 최 대사를 포함해 공관원 3명과 자영업자인 우리 교민 1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는 이들 모두 안전하며, 해당 교민은 오늘 중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사관이 잠정 폐쇄된 만큼 당분간은 리비아 사태나 예멘 사태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는 각각 튀지니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임시공관을 운영했었다.

그는 또 이번 철수에 올 상반기 미국과 맺어둔 MOU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현지 대사관이 미군과 '유사시에는 미군 자산으로 철수시켜준다'는 MOU를 맺어놨는데, 이것이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해 미군 헬기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교민도 미군 헬기를 통해 공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카불 시내 상황에 대해서는 "탈레반이 곳곳에 체크포인트(검문소)를 세워 검문하기 때문에 밖에 다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민간공항은 이용할 수 없고 군사공항에 미군 자산만 다닌다"고 말했다.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탈레반의 심리전... 정부군 쉽게 항복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카불AP=연합뉴스

이 당국자는 탈레반이 이토록 빨리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한 것에 대해 정부군 병사들에 대한 탈레반의 '심리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즉, "일반 병사는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알라가 지켜줄 것"이라고 항복을 종용했고, 이에 금방 항복할 만큼 정부군의 항전 의지가 박약했다는 것이다.

한편, 탈레반이 갑자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카불 공항은 필사의 탈출을 위해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되는 등 베트남 전쟁 당시 '사이공 탈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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