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권우성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
정의용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간부들과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가 급박해지고 있는 상황을 놓고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상 건너편의 최 대사가 잠깐 멈칫 하더니 장관에게 보고를 했다. 우방국으로부터 '빨리 카불 공항으로 빠지라'는 메시지가 왔다는 것이었다.
회의를 급히 마무리한 정 장관은 최 대사와 잠시 상의한 뒤 "빠질 수 있으면 당장 빠지라"고 지시했다.
이후 대사관 측은 급히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들을 중동지역의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공관원들을 태운 비행기가 밤 9시 반을 전후해 카불을 출발하려다 공습 사이렌이 울려 되돌아오기도 했다
16일 오후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의 철수가 얼마나 긴박하게 이뤄졌는지 설명했다.
미국과 맺어둔 MOU가 공관원과 교민 철수 큰 도움
현지 공관원들은 대부분 철수했으나, 현재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에는 최 대사를 포함해 공관원 3명과 자영업자인 우리 교민 1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는 이들 모두 안전하며, 해당 교민은 오늘 중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사관이 잠정 폐쇄된 만큼 당분간은 리비아 사태나 예멘 사태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는 각각 튀지니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임시공관을 운영했었다.
그는 또 이번 철수에 올 상반기 미국과 맺어둔 MOU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현지 대사관이 미군과 '유사시에는 미군 자산으로 철수시켜준다'는 MOU를 맺어놨는데, 이것이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해 미군 헬기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교민도 미군 헬기를 통해 공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카불 시내 상황에 대해서는 "탈레반이 곳곳에 체크포인트(검문소)를 세워 검문하기 때문에 밖에 다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민간공항은 이용할 수 없고 군사공항에 미군 자산만 다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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