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 표지.
시대의창
그러면 김대중의 어떠한 점이 현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위해서 김대중의 사상과 활동 그리고 업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라는 책을 썼다.
필자가 이 책에서 강조한 내용은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김대중의 면모다. 필자가 김대중에 대해서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정의한 이유는 김대중이 오랜 기간 동안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위기극복과 창조적 발전의 역사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몇 가지 내용과 사례를 거론한다.
먼저 위기극복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다. 김대중은 평생 수 많은 위기를 겪었는데 그중에는 극단적 위기 상황도 여러번 있었다.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투쟁 과정에서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실천을 이어갔다.
김대중은 민주화 세력이 처한 국내외적인 여건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서 야당-재야 학생운동 세력의 연합, 미국의 협조와 중산층의 지지 획득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 결국 불가능해보였던 민주화 이행에 성공했다. 또한 1994년 1차 북핵위기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악화했을 당시 김대중은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일괄타결론과 카터 방북 카드를 제시했다. 이것이 실현돼 전쟁위기가 해소될 수 있었다.
김대중의 위기 극복 리더십은 대통령이 된 직후에도 크게 빛났다. 김대중은 1997년 12월 15대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국란으로 불리운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했다. 그와 같은 위기극복 리더십을 통해 한국경제는 국가부도위기를 넘겼으며, 경제회생을 위한 4대분야 구조개혁에 성공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당시 김대중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배제와 혐오의 정치를 동원하지 않고 자유, 민주, 개방적인 리더십과 전략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인상적인 지점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례없는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김대중은 최루탄 사용을 금지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허용했다. 그러면서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한 민주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치유하고 문제해결을 도모했다. 이와 같은 방식이 효과를 내 한국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기존의 보수 정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그 다음으로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정치에 대한 내용이다. 김대중은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실사구시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위한 감각과 실력을 갖췄다. 그래서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 이후 21세기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식정보(IT)와 문화를 강조하며 IT강국 건설과 문화강국 및 한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고 4대 사회보험 적용의 보편화와 확대를 이뤄내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도록 했다.
그리고 김대중은 외교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외교의 최고 전성기를 이뤄냈다. 이는 국익위주의 현실주의적인 실용외교의 위대한 성과였다. 김대중의 실용적 면모는 정치적으로 반북주의와 반일주의 모두를 배격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김대중의 유명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라는 말은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정치에 대한 그의 확고부동한 신념을 함축한다.
김대중 리더십
이러한 김대중 리더십의 성격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래지향적 리더십이다. 그래서 김대중은 긍정적이며 진취적인 인식과 태도를 강조했다. 같은 사안이라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진취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둘째, 실사구시형 리더십이다. 김대중은 관념에 치우친 인식과 태도를 비판하면서 실질을 중시했다. 김대중이 문제제기에 그치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해결형 정치를 지향한 것도 이와 같은 정치관과 관련이 있다.
셋째, 대통합의 리더십이다. 김대중은 화해와 관용이 진정한 용기이며 이것이 현재와 미래의 발전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은 구원(舊怨)에 사로잡혀 있어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대통합의 화해, 관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김대중은 막스 베버가 정치인에게 필요한 윤리로 강조한 책임윤리와 신념윤리, 그리고 정치인에게 필요한 소양으로 강조한 열정, 책임감, 균형 감각을 모두 갖춘 뛰어난 정치가다. 또한 마키아벨리가 정치가의 중요한 자질로 강조한 사자와 같은 용기와 여우와 같은 지략(꾀)을 갖춘 유능한 정치가였다. 김대중은 망원경을 통해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현미경을 통해 미시적이면서도 세부적인 전략을 세우면서 용기와 인내를 갖고 이를 관철시키는 전략가이자 실천가였다.
또한 김대중은 관료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면서 효과적으로 리드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김대중은 국정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정치적 비전과 가치를 실현해나가는 데에 능숙한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집권 5년의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분야에서 패러다임적 전환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래서 김대중은 '유능한 정치가'였으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능한 정치가, 성공한 대통령' 담론의 의미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