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개인과 단체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종식을 선언 및 과거 불법 사찰에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뒤 인사를 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국가정보기관 불법 사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촉구 결의안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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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정원장은 27일 과거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박 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을 찾아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은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는 물론 국정원 지휘체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실행되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관련 기사:
[전문] "국정원 정치개입 사과... '정치 거리두기' 실천").
앞서 국회는 지난 24일 '국가정보기관의 불법 사찰성 정보 공개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바 있다.
결의안은 "국회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개인·단체 사찰과 정보 공작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음을 확인한다"며 "국정원장은 재발 방지와 국민사찰 완전 종식을 선언하고 해당 사찰 피해자·단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박 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러한 국회 결의에 따른 후속조처다.
박 원장은 과거 국정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정보기관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잘못된 인식하에 정권에 비판적인 개인, 단체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찰하고 탄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관계, 학계 인사 및 관련 단체, 그리고 그 가족과 단체 회원까지 사찰, 탄압했다"면서 "여기에 국정원 내 일부 국내부서가 동원되었고, 국정원 서버와 분리된 별도의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작성·보고했으며, 대북 심리전단은 온라인 활동으로 여론을 왜곡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과거 국정원이 문화·예술·종교계 인사들의 동향을 수집하고 활동을 제약했으며, 현업 퇴출까지 압박했던 사실을 열거하면서 "'문제 연예인' 리스트를 만들어 기관에 통보하는 등 인물과 단체를 선별해 집중 관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친 정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각계 인사와 단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시인했다.
"과거 정부서 국정원이 정치 깊숙이 개입... 고통 받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려"
박 원장은 "국정원이 단체와 기업의 금전 지원을 연결해 주고, 특정 사업에는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면서 나아가 국정원이 사실상 외곽단체를 운영해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에 대한 반대와 비방을 담은 강의 교재 등을 발간, 배포해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정보기관을 '정권 보좌기관'으로 오인하고, 정권 위에 국가와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라고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