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광고학회 회장)
김병기
하지만 김 교수는 "광고의 힘은 무차별 노출과 무한 반복에 있다"면서 "항상 새롭게 생성되는 언어인 광고가 다양하게 진화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언어가 특정 세대나 특정 집단 등 소집단에서만 통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적당한 언어유희는 찬성하지만 억지로 지나치게 비틀고 쪼개면 의미의 파편화가 심해져서 브랜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계층에게만 팔 수 있고 제한적 브랜드가 될 수 있죠. 우리말에도 나쁘고, 기업에게도 나쁜 겁니다."
김 교수는 "보는 순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영상과는 달리 우리의 말과 글은 광고 언어의 등뼈"라면서 광고 언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문화된 '광고언어' 규정... 현실적, 효과적 기준 마련해야
광고 언어의 훼손을 막기 위해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 21조는 광고 언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방송광고는 표준어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 한글 맞춤법 및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다만, 불가피하게 사투리를 사용하는 때에는 특정 지역 또는 인물을 희화화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개정 2014. 1. 15.>
②방송광고는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은어·저속한 조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방송광고는 상품명, 상품표어, 기업명, 기업표어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외국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단, 외국어 방송채널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외국인 어투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은 이 규정에 따라 '방송가' '방송 불가' '조건부 방송가' 처분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사후 심의로 바뀌면서 이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됐다"라면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너는 바른 사람이 돼야 해' '너 밖에 나가서 표준말을 써야 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철자법과 문법 파괴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한글과 한자, 영어 혼용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비표준어 사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국어학자뿐만 아니라 광고인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도 반영해서 다양한 문법 파괴 유형을 제시한 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아름다운 광고언어상, 우리말 광고 창작운동 하자"
김 교수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쓴 올해의 광고언어상'도 제안했다.
"오래된 광고인데요,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라는 광고가 있죠.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슬로건도 있는데요,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해도 얼마든지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좋은 광고 문구를 쓸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에서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로 시작되는 아시아나 항공의 광고를 들었을 때 감동했습니다."
[링크]아사아나 광고 :
https://youtu.be/Py-BAqWV144
김 교수는 "조지훈의 시 승무를 딴 접이식 핸드폰 광고 등 전파력이 그 무엇보다 빠른 광고 언어를 잘 이용하면 한글 사용 문화를 바꿀 수도 있다"라면서 "무분별한 언어 파괴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는 광고창작운동, 광고상 시상 등을 통해 광고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와 헤어지면서 '바람직한 광고언어란 무엇인지'에 대한 광고 문구를 요청했다. 그가 나중에 문자를 통해 보내온 글귀는 다음과 같았다.
"광고 언어는 소비하라고 속삭이며 마음을 흔들어대는 말길질이다."
발길질처럼 아름다운 우리말로 툭툭 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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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씨구' '호떡하라구' 온 국민이 보는 광고에 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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