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2월 30일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출연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부동산 정책 관련 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
신상호
그의 말대로라면,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에게 SH 공사 사장을 직접 제안한 것이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와 SH 공사를 통해 저렴한 분양아파트를 공급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유튜브 <오세훈TV>에서도 김 전 본부장과 함께 출연해, "SH공사나 LH와 같은 공기업을 이용해서 최대한 분양원가를 내려서 시중 아파트 가격의 절반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변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멀리 있는 아파트까지 파급효과가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 전 본부장은 "오 시장은 이미 지난 2006년에 아파트 후분양,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등 이른바 '부동산 3종세트'를 동시 시행한 경험이 있고, 뒤늦게 노무현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오세훈식 부동산 해법이 2008년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 SH 사장이 되더라도 내년 5월 지방선거까지 제대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당연히 알고 있었다.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단기간이라도 SH 사장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당장 서울 강남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후분양 아파트부터 토지는 놔두고, 건물만 분양하면 된다. 그러면 서울 강남에 30평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할 수 있다. 이런 아파트를 SH공사가 계속 공급해보라. 그러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를…."
"면접 때 답변하면서 이상하다는 느낌 들었다"
- 이번 면접 결과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혹시 면접 때 분위기는 어땠나.
"사실 (면접) 당시에는 잘 몰랐다. 대신 지난 13일에 직접 공사를 찾아가 원서를 냈는데, 당일 오후에 일부 경제지에서 나의 지원 사실이 흘러 나왔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사실이…. 그리고 면접 때까지 나를 둘러싼 음해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면접 때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7명의 면접위원들이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정책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내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왔는데, LH 사태처럼 (SH 공사) 내부 직원들이 투기에 연루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길래,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하지 않나. 그러면 내가 직원들을 감싸줘야 한다고 말해야 하나?"
그는 또 면접 과정에서 경실련이 SH 공사와 아파트 분양원가 세부내역 공개를 두고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것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미 과거에 공개됐던 정보였고, 고 박원순 시장도 공개를 지시했던 것들이었다"면서 "그럼에도 SH 공사가 온갖 핑계를 대면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경실련이) 문제를 삼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장이 되면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법적으로 잘 따져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본부장은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보에 탈락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장 후보에서 탈락했고, 전직 국토부 관료 등이 추천됐다.
- 사장 후보에 탈락했다는 연락을 받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쓴 웃음을 지으며) 탈락 소식도 언론 기사를 통해 먼저 알았다. 지원할 때부터 면접, 탈락 통보까지 SH 공사는 지원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었던 것 같다. 씁쓸하더라."
-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SH사장 후보에 오 시장의 거부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면접 결과 발표 이후 오 시장쪽으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거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나.
"(SH 면접 이후) 오 시장으로부터 연락을 따로 받은 적은 없다. 대신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통상적인 전화를 받긴 했지만, 이번 면접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들은 바는 없다. (거부권 여부에 대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3기 신도시 공급으로 집값 안정? 정말 집값을 잡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