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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 비밀서약 요구"...'사넬코리아 성희롱 사건' 전말

회사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일임, 가해자 처리 비공개... 샤넬코리아 "개인정보라 공개 불가"

등록 2021.09.01 18:26수정 2021.09.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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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샤넬 성희롱 근절 시스템 만들기 위한 토론회'에 샤넬 종이 가방이 놓여 있다.
8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샤넬 성희롱 근절 시스템 만들기 위한 토론회'에 샤넬 종이 가방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샤넬코리아가 사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며 피해자들에게 비밀 유지서약을 요구하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희롱 사건 조사를 외부 기관에 일임해 2차 가해를 조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밀 유지서약(각서)은 기업의 영업비밀·영업상 주요한 자산과 관련한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사측과 노동자 사이에 작성하는 문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샤넬코리아지부(아래 노조)는 8월 31일 서울 청소년문화공간 JU 동교동 바실리오 홀에서 '명품기업 샤넬이 직장 내 성희롱을 대하는 자세-사내 성희롱 근절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샤넬코리아가 ▲피해자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 조사절차 ▲피해자 보호 조치 미이행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지속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여 년 동안 15명에 달하는 성희롱 피해자가 발생한 이른바 '샤넬코리아 성희롱' 사건은 지난해 9월 피해자가 노조에 피해를 호소하며 공론화됐다. 노조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A씨(40대)는 샤넬코리아에서 전국의 백화점 매장 영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으며,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 직원을 상대로 수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

노조는 A씨가 직원의 어깨를 껴안고 매장을 돌아다니거나, 장난이라며 여직원의 속옷을 당겼다 놓으며 추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12월 A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 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지난 5월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코리아, 피해자들에게 성희롱처리 결과도 밝히지 않아"
 
 8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샤넬 성희롱 근절 시스템 만들기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8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샤넬 성희롱 근절 시스템 만들기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샤넬코리아가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며,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행태를 반복했다고 날을 세웠다.

조혜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해 조사할 때 회사는 무엇보다 피해자가 안정을 느끼는 상태에서 사건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샤넬코리아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와 신뢰 관계가 없는 외부 조사기관(법무법인)에 일방적으로 사건 조사를 맡겨 피해자들이 사건을 진술하며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3달 여 만에 외부 법무법인의 사실 관계 조사가 끝났지만,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직장 내 성희롱 사실 인정 여부·가해자의 인사조치 결과를 모른다"라며 "피해자들이 처리 결과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샤넬코리아는 이를 거절했다. 지금도 일부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2021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샤넬 노동자 인식조사'를 근거로 샤넬코리아의 노동자들이 성희롱 사건처리에 불만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19일~26일까지 328명 샤넬코리아 판매서비스직 노동자를 상대로 이뤄진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8.1%(289명)가 성희롱사건 이후 '회사의 정책이나 문화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김소연 노조 지부장은 "현재 샤넬코리아 노동자들은 언제든 직장 내 성희롱이 반복될 수 있다고 느끼며, 회사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라면서 "지금이라도 재발방지를 위해 사내 성희롱 고충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지영 직장갑질 119 변호사 역시 "성희롱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건 조직의 근무환경이 직장 내 성희롱에 관대하다는 것을 뜻한다"라면서 "샤넬코리아는 가해자 징계결과를 비롯해 해당 사건의 처리결과를 공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샤넬코리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성희롱사건 처리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에 "회사 인사위원회는 가해자 A씨에게 사내 규정에 걸맞은 합당한 처분을 결정했다"면서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공정하게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외부 조사기관에 사건을 맡겼다"라며 "관련 직원을 보호하고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비밀유지서약을 작성하도록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샤넬코리아 #성희롱 #직장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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