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희 더라이프 PD
강지희 제공
- 최근 연출을 맡았던 <클래식은 왜 그래>의 시즌2가 종영했습니다. 신규 채널이라 접근성이 낮았음에도 프로그램은 꽤 호평을 받았고,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죠.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일단 원래부터 클래식에 관심이 전혀 없지는 않았어요. 클래식 음악이 서양음악이라 그런지 유럽은 버스킹도 많고, 클래식 음악 축제가 종종 열리기도 해서 한국에 있을 때 보다 클래식을 자주 접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더라이프' 채널에 들어와서 품격 있는 예능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의사도 만나고 성악가도 만나면서 프로그램의 주제를 무엇으로 잡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한테 좀 물어봤는데, 의외로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우리가 BTS 좋아한다고 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원래 좋아했냐, 어쩌다 클래식을 좋아하게 됐냐, 뭐 이런 질문을 하잖아요.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 클래식 음악은 좋은 음악이고,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삶이 조금은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한 콘텐츠인 영화를 가교 삼아 클래식을 소개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뼈대를 구상하고 전문가 섭외를 위해서 김태용 작가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됐는데, 클래식 작곡가들의 삶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는 거예요. 불륜에, 사기에, 고소에, 스캔들에... 아주 자극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웃음)
이런 구성을 적절히 섞어 클래식 음악의 장벽을 발끝까지 떨어뜨리자, 포장은 고급스럽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자극적인 맛의 음식 같은 느낌으로 가보자,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에이 클래식 별 거 아니네?' 혹은 '생각보다 재미있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잡고 만든 것이 '클.그.래'입니다."
- 방송을 제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방송 제작이라는 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고민해야 할 것도 많고, 온갖 판단과 선택의 연속인 데다 개인적, 사회적 책임도 따르죠. 하지만 방송을 만드는 행위 그 자체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집단 창작물인 만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서 얻는 즐거움과 에너지도 있죠. 결론적으로 힘들지만 재미있어서 중독된다고 할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