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영광
어느덧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기록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이전 코로나19 유행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길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 유행은 거리 두기를 강화했지만 좀처럼 확진자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엄 교수를 만나 4차 유행 상황과 함께 앞으로 전망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1500~2000명대로 정체기인 것 같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작년에 코로나19가 우리나라의 들어와서 세 번 정도 유행이 크게 일어났는데 세 번의 유행과 지금 네 번째 유행의 상황이 좀 많이 다릅니다. 일단 네 번째 유행은 진폭이 지금 굉장히 크죠. 말씀하신 것처럼 네 자릿수의 환자가 1500명에서 2000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거의 두 달 가까이 확진자가 나오거든요.
첫 번째 요인은 지난 3차 유행과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돌거든요. 흔히 말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에 유행하던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전파력이 감염되고 빨리 나타나기 시작해서 또 많은 사람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배출량을 보이기 때문에 이런 바이러스의 특징이 변한 게 하나가 있고요. 또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오랫동안 유지했죠. 전반적으로 보면 거리두기를 강화했을 때 효과가 나타났다는 국가들이 지금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 지금 거리두기 효과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그나마 거리두기를 하니 이 정도가 나오는 걸까요?
"좋은 질문 하셨는데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가 없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근데 저희가 보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과거 3차 유행을 경험하면서 참여했던 참여율과 다르기 때문에 일부 효과가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거리두기를 통해서 더 큰 유행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거리두기를 수도권은 4단계로 올렸지만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아요. 델타 변이에 맞게 거리두기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되면서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전파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계시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강한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제 생각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나 전파력을 우리가 따라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계속 백신 접종률을 높여가고 있고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폭발적인 유행을 막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더 강화는 못 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태를 좀 더 끌고 갈 필요는 있다고 보고 있고 적어도 추석 연휴를 지날 때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해야지만 접종률이 전체 성인 인구의 50% 넘어서는 그때까지 버틸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백신 접종에 순응도 좋아... 지금 우리나라는 공급의 문제"
- 지금 1000명 넘은 지 두 달이 되어 가잖아요. 그러면서 적응하는 게 제일 무서운 거 아닐까 하는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사회적으로 생각해 보면 첫 번째 환자가 확인됐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었고 그다음 대구·경북에서 1차 유행을 경험했을 때 전국이 다 마비되는 무서운 경험을 했죠. 그다음 유행이 8월과 12월에 있었는데 그런 유행 과정에서 점점 진폭이 커지면서 사회적으로는 점점 적응되어버린 거죠. 특히 20대 30대처럼 고위험군에 해당되지 않는 집단에서는 더 두려움이 없어지고 적응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 됐죠.
근데 그런 부분은 사실 우리가 자꾸 유행을 경험해 가면서 적응해 가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유행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대응 체제를 계속해서 강화해 간 부분이 있어요. 실제로 중환자실이라든지 또는 경증 환자 등 확진자들을 격리해서 수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나 경증 전담 병원 같은 것들을 확충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거죠. 이런 것들이 확충되면서 그런 상황이 안 생기다 보니까 '아 이 코로나 별거 아니다'란 인식들이 젊은 층을 통해 누적되고 있는 거죠. 그런 누적된 것으로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참여율이 떨어지는 건 맞는 거거든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체계는 그렇게 적응이 잘 안 돼요. 계속해서 확충해 나가고 있지만, 그 확충은 물리적으로 제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실제로 코로나19 전담하는 병원이나 코로나 환자를 보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진들은 환자가 늘어나는 거에 대해서 적응이 안 됩니다.
늘어나면 늘어나는 거에 비례해서 힘들고 있거든요. 그리고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큰 상처를 입어요. 이런 부분이 적응 안 되는 비탄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포화상태가 되거나 넘쳐흐르게 되면 지금 잘 적응하는 거 같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 그럼 아직까진 의료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요?
"지금까진 그렇습니다. 특히 경증환자나 중증환자에 전담하는 병원의 병상이나 이런 데는 일부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감당이 가능하죠. 그러나 위중증 환자를 담당하는 병상은 한 70~80% 정도 차 있는 상황이거든요. 더 증가했을 때 견디기 어렵다는 걸 의미합니다.
왜냐면 중환자 병상이 완전히 차서 돌아가면 의료진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없게 돼요. 의료진이 쉴 수 없게 되면 피로가 누적되고 그 상태에서 1주 2주 3주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의료진의 피로가 회복이 안 되는 상황이면 사직자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중환자 치료에 굉장히 큰 공백이 생기거든요. 대체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지점이 될 수도 있죠."
- 백신 접종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백신 접종 먼저 시작한 나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접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거나 접종 거부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유럽이나 미국은 전통적으로 안티 백서라 그러죠. 백신 접종을 믿지 않거나 그게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 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접종률이 안 올라가는 게 걱정이거든요.
우리나라도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에 대해서 굉장히 순응도가 좋거든요. 지금 우리나라는 공급의 문제예요. 백신 공급만 잘 되면 접종률 단시간 늘리는 데 문제가 없어요. 왜냐하면 접종 인프라가 굉장히 좋으니까요."
- 정부가 너무 늦게 백신 접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고민스러워요. 왜냐하면 결과적인 얘기긴 한데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와 우리만큼 사는 사람들하고 비교해 보면 확실히 접종과 관련된 백신을 도입하는 시기가 늦은 건 맞는 거 같아요. 공급도 원활하지 않고요. 근데 백신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국가가 아닌 나라들은 대부분 경험을 하는 것이고요.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내느냐가 결국은 국가의 역량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스라엘 정도의 속도로 백신 도입해서 접종을 시작했을 때 어땠을까라고 예측해 보면, 사실 정말 다른 나라들이 접종을 거의 안 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가 접종했으면 증명도 안 된 백신 접종한다고 아마 난리가 났을 거예요. 이건 제 개인적인 추정이라서 틀릴 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런 논란 때문에 오히려 접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접종 거부율이 오히려 높아져서 제한이 걸릴 수도 있지 않냐는 주장을 좀 조심스럽게 합니다."
"네 자릿수의 확진자, 연말까지 안 떨어질 것"
- 부스터 샷 이야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그러나 부스터 샷 접종하면 코로나19는 그에 맞게 변이를 할 거라서 차라리 부스터 샷 접종 안 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던데.
"근데 그거는 아직 좀 명확하지 않죠.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게 추가로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부스터 샷 맞는 것이 변이 바이러스든 뭐가 됐든 장기면역성 면역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에도 장점이 많다는 데이터를 나오고 있어서 저는 부스터 샷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근데 지금은 우리가 부스터 샷이라고 얘기하지만 앞으로 코로나가 계속 지속될 경우에는 매년 또는 정기적으로 맞아야 되는 백신의 하나로 그냥 포함되는 거고 부스터 샷의 개념도 아닌 상황이 될 거라고 좀 보고 있습니다."
- 그럼 백신의 면역 기간은 어느 정도 가나요?
"지금 최근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같은 경우는 빠르면 3개월 정도부터 백신의 항체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나면 부스터 샷 꼭 맞아야 되는 것처럼 데이터가 나오고 있고요.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경우는 조금 그거보단 길게 가는 거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추가접종 필요한 상황이라고 단정 짓긴 못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봐선 6개월 넘기긴 어렵지 않나 하죠."
- 위드 코로나 얘기가 나오는데 교수님이 생각하는 위드 코로나 지점은 언제인가요?
"이것도 시각이 다른데요.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 다루는 쪽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 전문가분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느끼냐면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 사회적 경험하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거든요.
그러나 저같이 임상하는 의사는 환자를 통해 코로나의 피해를 느끼잖아요. 그니까 저 같은 경우 죽는 환자가 없어야겠다는 개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고 사회 경제 학자분들은 사회 경제적 손실 때문에 사람들이 막 포기하고 심지어는 많게 자기 생명을 포기하는 이런 사람들이 생기면 안 되겠다는 거죠.
저는 일단 우리나라에서 위드 코로나라는 거 할 때 결국 방역 완화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중단하는 시점이 됐을 때 이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갑자기 하든 점진적으로 하든 중단했을 때 그 당시 백신 접종률이나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미루어 봐서 어떤 상황이 생길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하고 그 예측 상황에 대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서 그거를 없앴을 때 얻는 피해가 큰지 아니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단하거나 지금 말하는 위드 코로나를 해서 확진자 많이 나오고 사망자가 많이 나왔을 때 손실이 더 큰지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만약에 위드 코로나를 해서 얻는 피해가 없다면 그걸 선택해야 되겠죠. 그리고 그 시점이 결국은 백신 접종률과 관계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가서 위중증 환자가 최소화되는 경우가 됐을 때 이런 방역 완화나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봐요."
- 그럼 네 자릿수 확진자는 언제까지 지속될 거로 전망하세요?
"그것은 백신 접종률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와 델타 바이러스 전파력 사이의 균형에서 결정이 될 텐데요. 접종률이 많이 올라가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일 거예요. 그런데 많이 올라가면서 떨어지는 양상을 보일 때 거리두기가 점점 이완되고 참여도가 낮아지면 그거 때문에 확진자 수가 높아져서 네 자릿수의 확진자가 제가 볼 땐 연말까지 안 떨어질 것 같아요. 떨어진다고 해도 세 자릿수인데 우리가 처음 경험한 것처럼 100명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 같아요."
- 아예 안 올까요?
"초기처럼 100명 200명 단위 확진자 수가 발생하는 거는 앞으로 4~5년 사이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정말 최소화시킬 순 있는데 최소화의 단위가 100명 200명 단위보다 더 떨어지긴 어려울 거라는 거죠. 그만큼 거의 토착화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점점 완화시키거나 중단을 단계적으로 확인되면 그 과정에서 일정하게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할 거예요. 인플루엔자도 보면 봄 여름엔 완전히 끊어진 거 같지만 나타나잖아요.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현재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4주간 연장하기로 발표한 건 어떻게 보세요?
"현재 유행 상황 중 전체적으로 거리 두기 단계를 낮출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4주 연장은 당연한 조치이고 추석 이동이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더욱 완화가 어렵습니다."
- 정부는 자영업·소상공인 등의 민생경제 애로를 고려해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의 운영 제한 시간을 밤 9시에서 밤 10시로 환원하는데.
"일부 운영 시간 완화는 방역 자체보다는 현장의 반발이 워낙 심해서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확진자 발생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완화하고 상황 변화를 볼 수는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공유하기
"확진자가 100명이 안 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