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 사람은 매년 ‘인권활동가 추석선물 나눔’ 캠페인을 해왔다. 올해는 전국 62개 단체 235명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할 예정이다.
정민석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홈리스들의 아지트 '아랫마을'은 명절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로 북적했을 것이다. 주방장 출신 홈리스들이 실력을 발휘하는 날이기도 하다. 종일 전을 부치고 앉아 있어도 힘들지 않고, 끈끈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이 날을 홈리스들은 손꼽아 기다린다.
"준비는 빡세긴 한데 되게 좋아요. 저희는 설, 추석 1년에 두 번 큰 명절을 같이 보내요. 저는 식구가 적어서 집에서 명절 음식 만드는 것을 잘 안 했어요. 근데 여기서 엄청 하는 거야(웃음). 명절 분위기 난다는 것을 홈리스행동에서 느꼈고 되게 좋았어요. 내가 전 못 부치면 막 아저씨들이 알려주고(웃음)."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올해는 추석 명절 분위기를 낼 수가 없다. 하지만 부침전, 과일, 식혜, 약과 등 제법 모양새를 갖춘 명절 도시락을 준비해 가가호호 방문할 계획이다. 직접 인사도 나누고, 잘 계신지 안부를 묻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무리한 진행은 안 된다고 판단했었죠. 하지만 혼자 집에서 계시는 분들 당연히 있을 거고, 더 외롭잖아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음식을 준비해서 도시락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기도 하고,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명단을 짜서 전화를 했어요. 주로 인연을 맺었던 분들 중심으로 작년에는 그렇게 했어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밤, 홈리스들은 활동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보름달을 보며 빈 소원에 대해 말을 할까. 당장은 홈리스행동이 준비한 추석 명절 모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지만, 정성껏 준비한 명절 도시락을 보며 코로나19 이후 다시 모여 웃고 떠들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인권재단 사람은 추석 연휴 명절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에게 선물을 전하려고 한다. 후원자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이 특별한 선물은 누군가의 복지, 권리, 삶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활동가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올해는 전국 62개 단체 235명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이 후퇴되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이 잠시나마 환한 웃음을 갖길 바란다. 선물이란 주고받으면 좋은 거니까.
[인권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조건 ①] "'쉬어서 미안' 아닌 '동료가 잘하겠지' 하는 마음 필요"
[인권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조건 ②] 말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우리 자연사하자
[인권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조건 ③] "인권 투쟁 현장에서 같이 밴드를 연주하는 상상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인권재단 사람,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무지개의 힘을 믿습니다.
공유하기
"코로나 시대, 집에 있으란 말을 비참하게 느끼겠다 싶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