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제목을 ‘member Yuji’라고 영작해 논란이 되고 있는 김건희 씨의 학술지 논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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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권경선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의 2007년과 2008년 박사 학위 논문 등에 대해 '검증 시효 도과'를 이유로 들면서 지난 10일 '조사 불가'를 선언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2011년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통해 검증 시효를 이미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대가 교육부 훈령에 어긋나는 내부 규정 부칙을 근거로 논문 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대의 한 교수도 "말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비판했고, 전국교수연구자들의 모임인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도 국민대 규탄 활동을 준비하는 등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 전망된다.
교육부는 연구부정 조사 시효 없앴는데, 국민대가 따르지 않아
서울대는 지난 2015년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의 1982년 석사 학위 논문에 대해, 지난 2020년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1989년 석사 학위 논문에 대해 각각 연구진실성위원회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대학이 이렇게 한 까닭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 규정'에서 조사 시효를 따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서울대 규정은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준용한 것이다. 11일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교육부는 2011년 해당 지침에서 조사 시효 5년 규정을 폐지했다. 당시 연구행위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효를 5년으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 국제기준에 미달하고, 연구부정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일자 2011년 6월 지침을 고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대도 한 해 뒤인 지난 2012년 9월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을 개정해 제17조에서 "연구부정행위 제보에 대해서는 시효와 관계없이 검증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런데 이 대학은 본 조항에서는 이렇게 규정해놓고도 '경과조치'를 규정한 부칙에서는 "2012년 8월 31까지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만 5년이 경과하여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는 본조항과 상반된 내용을 집어넣었다. 2012년 8월 31일 이전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조사 회피가 가능하도록 틈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국민대는 지난 7월 7일 대외적으로는 "김건희 박사논문 상황이 엄중하다"면서 조사 착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두 달 동안 시간을 끈 결과는 해당 부칙 조항을 근거로 한 '조사 불가'였다. (관련기사
"김건희 박사논문 상황 엄중"...국민대, '연구윤리위' 조사 착수 http://omn.kr/1ucyd,
국민대, 돌연 "김건희 논문 조사 불가, 시효 경과"... 끌어다 쓴 부칙 http://omn.kr/1v5th)
그러나 국민대의 해당 부칙 적용을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해당 부칙은 "공공의 복지 또는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2012년 8월 31일 이전 논문까지도) 이를 처리(조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교수(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오마이뉴스>에 "박사학위는 자격증 노릇을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논문은 당연히 공공적 성격이 뚜렷한 것"이라면서 "국민대가 뚜렷한 (연구부정) 증거가 제시된 김건희의 박사 학위 논문 등에 대해 조사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교육기관이기를 포기한 황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사회대개혁네트워크는 다음 주중 국민대의 이번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국민대의 김건희 씨 조사 불가 발표 직후인 지난 10일 오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5년 시효?"라고 물은 뒤 "나의 서울대 석사(1989)와 미국 버클리대 박사(1997) 논문 모두 예외 없이 '본조사'에 들어갔다"고 짚었다.
우희종 교수 "박사학위는 공공적 자격증인데...교육기관이기를 포기한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