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공 신익희 선생 대표어록을 적어놓은 비석. 해공 선생 생가 앞에 위치해있다.
박정훈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성이 한강 백사장을 진동시켰다. 마침내 생애 최대의 그리고 생애 마지막의 사자후가 터졌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신익희의 역사적인 연설 중 주요 대목을 뽑는다.
여러분! 이 한강 모래사장에 가득히 모여 주신 친애하는 서울시민! 동포! 동지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해방이 되기 전에 약 30년간이나 외국에 망명생활을 하던 사람의 하나로서 오랜 시간을 두고 본국 안에 살고 있는 부모 형제자매 동포 동지들이 그리워서 밤과 낮으로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짓던 사람입니다.
오늘 이와 같이 많은 우리 동포 동지들과 이 한자리에서 대하게 되니, 내 감격은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6ㆍ25 사변 때 우리 전국 남녀 동포 동지들의 가슴 속에 깊이 박힌 원한의 한강에서 이렇게 많이 만나 뵙게 되니 더욱 감개한 회포를 불금(不禁)하는 바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40년 동안이나 두고 우리 전국 동포들 남녀 노유를 막론하고 우리 나라가 독립이 되어야 우리는 살겠다고 하였거니와, 참으로 우리는 오매지간(寤寐之間)에도 염원하고 축수하고 기다리던 나라의 독립, 국민의 자유를 제국주의를 응징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승리로 말미암아 우리들이 찾은 지도 벌써 8년입니다. 일본제국주의 파멸에 이은 무조건 항복이라는 것이 있은 지 9년이나 되는 것을 기억하지만, 우리 나라가 독립이 되어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도 8년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살림살이 살아가는 형편이 어떠한 모양이었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 전국 동포 동지들이 날마다 시간마다 꼬박꼬박 우리들이 몸소 겪고 몸소 지내 내려 온 터인지라 여러분은 특별히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만일 우리들이 살아 가는 이 모양 이 꼬락서니, 우리들이 40년 동안을 두고 주야로 원하고 바라던 독립! 이것이 결코 우리가 사는 꼬락서니가 이와 같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 이 이유가 무엇입니까? 세상 만사가 이유 없는 일이 없습니다. 무슨 이유? 무슨 까닭? 이 까닭은 말하자면, 책임 맡아 나라 일하는 이들이 일 잘못해서 이 꼬락서니가 되었다는 결론입니다. 이것은 고래(古來)로부터 내려 오는 정경대원(正逕大原)의 원칙일 것입니다.
국토는 양단된 채로 우리들이 사는 형편, 언제까지든지 우리가 이 모양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우리들은 어떻게 해서 이러한 고생에 파묻혀 있나?
여러분! 오직 우리나라 정치가 한 사람의 의사에 의한 1인 독재 정치로 여론을 다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제 뜻대로 함부로 비판이나 모든 가지의 체계 없는 생각이랑, 정책이랑 함부로 거듭해서 불법이니, 무법이니, 위법이니 하는 것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을 비롯하여 큰 법률, 작은 법률 지키지 않는 까닭에 우리들의 도덕은 여지없이 타락되어서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별이 없는 여차한 형편으로 한심한 형편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주석
3> 서중석, 앞의 책,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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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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