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포기하고 조금은 막연히 재취업을 알아보던 중, 영화 <인턴>의 주인공처럼 중년의 나이에 인턴으로 재취업할 기회를 잡았다.
elements.envato
내게 재취업의 기회를 준 사람은 전 직장 선배였다. 현재는 전기 관련 작은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하는 그가 기술은 물론, 체력도 머리 회전도 심지어 회사원의 기본 덕목인 워드나 엑셀 사용법도 거의 잊어버린 내게 기회를 준 것은 이런 이유였다.
"소기업이다 보니 어리바리 신입을 밥 값하는 기술자로 키울 여력도 없고, 기껏 키워놔 봐야 금방 이직해 버리니 다 헛수고더라. 우리 속담에 '썩어도 준치'라고 하잖아, 이 바닥 생리도 알고 현장 경험도 있고, 뭐 기술은 다시 익혀야 하겠지만 몸이 기억하지 않겠어?"
10여 년 만에 복귀를 한 것이라 나름의 배려도 받았지만, 현장 작업을 지시 받으면서 슬슬 불안감이 일었다. 십수년 전만 해도 현장 작업자들의 나이는 대부분 20~30대였다. 그러니 내 머릿속에 '아들뻘 기술자들과 부대끼고 때로는 그들에게 배우면서 일해야 하나'란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재취업 후, 처음 회사에 출근했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십수 명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였지만 20대가 딱 한 명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배에게 '왜 젊은 직원들이 보이지 않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원래는 몇 명 있었지, 잔소리하거나 야근이나 출장이 잦아도 금방 그만두는 거야, 저 녀석은 그래도 착한 편인데 언제까지 있을지...."
난 그 유일한 20대 직원 A를 선배(?)로 모시고 십수 년의 시간 동안 바뀐 기술이나 자재 규격을 물어보고 익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건물 뒤쪽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A를 발견했다. 그의 앞에는 과장 B가 조금은 고압적 자세로 서 있었다.
"너 이거 하루 이틀 알려준 거 아니잖아! 2년 차면 이 정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냐? 이걸 또 내가 일일이 다 알려줘야 해?"
문득, 예전 회사에서 겪은 신입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십수 년의 세월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산업 기자재 규격까지 바꾸었지만, 과거 종종 목격되던 이런 위계의 풍경은 현재도 여전했다.
노장만이 남은 현장
재취업 후 처음으로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나간 현장의 풍경에 나는 깜짝 놀랐다. 현장 작업자들 중 20대는커녕 30대도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연령대가 대부분 40~50대였다. 이 생경한 광경에 대해 선배에게 묻자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이렇게 답했다.
"요즘 애들 이런 일 안 하려 하잖아. 참을성이 없어. 조금만 어렵고 힘들면 다 나가 버리니까, 늙은이들만 남은 거지…"
그렇게 달라진 현장 풍경은 '동병상련'이란 느낌과 적어도 이곳에서는 내 나이가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내가 가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바로 미숙함에 더해진 노쇠한 육체였다. 현장의 그들도 나와 비슷한 연배였지만 그들은 이 바닥의 백전노장이었다. 그러나 난 노안과 굼뜬 손가락으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이런 핸디캡은 '효율을 바탕으로 한 이윤의 극대화'가 덕목인 기업 특성상 서로 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기업과 꼰대